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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73 - 을숙도 3 - 일몰 그리고 (변현상, 2011. 07. 0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7. 5.

     

송도바닷가(변현상 시인, 이옥진 시인)

송도바닷가(변현상 시인과 함께)

 사진: 을숙도 낙조, 우덜산악회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을숙도 3 - 일몰 그리고 <변현상> 

 / 2011. 07. 04.

 

 저무는 어둠을 보며

    듣그럽게 떨고 있는
 물버들 우듬지를 움켜잡은 바람의 손
 자욱한 해무 속에서

   자꾸 멈칫거린다

 

 폴더 없는 바탕 화면
 길카리로 찾아와서
 입 다문 침묵으로 모든 걸 말하지만
 운명이 꾸미는 장난에 강물 같은 웃음뿐*

 강을, 건넌다는 건 또 하루 지우는 일
 느리게 몸 흔들던
 갈대밭 샛강을 따라
 강 건너 / 도시의 불빛
 물 위에 꽃등을 건다


                                       * 유안진의 시 「조각달」에서 따옴

詩 풀이

宇玄   김민정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얼마나 많은 일이 하루 동안 우리를 지나갔을까. 귀에 거슬리는(듣그러운) 소리는 몇 번이나 들었을까. 또 즐거웠던 순간, 괴로웠던 순간은 얼마나 됐을까. 화자는 ‘물버들 우듬지를 움켜잡은 바람의 손/ 자욱한 해무 속에서/ 자꾸 멈칫거린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 둘째 수에 오면 ‘입 다문 침묵으로 모든 걸 말하지만/ 운명이 꾸미는 장난에 강물 같은 웃음뿐’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운명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자신의 의지에 의해 운명을 어느 정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상황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다. 우리의 생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채워지지도 않고, 또 의지 없는 운명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강을 건너는 일과 같고, 우리의 생에서 또 하루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안 좋았던 하루든, 좋았던 하루든 모두가 지나가는 시간 위의 길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강 건너 도시의 불빛을 물 위에 비치는 꽃등으로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삶을 긍정적이고 여유롭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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