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희탁(삼척문화위원) 인크라인 옛터
통리 고개
김 민 정
태백산맥 굽이따라
흐르는 바람결도
심포리서 통리고개
통리에서 심포리 길
도도한
태백준령을
다시 한 번 만났다.
삼척, 도계, 심포리를
거쳐 온 숨찬 기차
급경사 통리고개
더 이상은 가지 못해
아득한
산기슭에선
주저앉고 싶어 했다.
고개는 인생살이의 어쩔 수 없는 땀 흘리기였다. 산이 많은 한국인들은 그들 삶의 행보가 산마루 넘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고개 하나 넘기가 몇 번이나 쉬며 땀 닦이었다. 고개 넘기는 한 발씩 옮길 수밖에 없었다. 곧게 뻗은 길이 아니라 굽이굽이 돌아야 했다. 서두르면서 갈 수 없는 것이 고갯길의 생리다. 샛길도 지름길도 없는 것이 고갯길이다.
한국에는 이름난 고개도 많았다. 소백산 중령고개, 천둥산 박달고개, 안변의 철령고개, 문경의 새재, 정선의 비행기 재......이렇게 이름 붙여진 고개에는 나름대로 전설이 있다. 통리고개는 영동의 삼척과 경상도의 봉화를 잇는 유일한 길이었다. 경상도 상인들이 무명과 베 같은 직물을 등에 지고 통리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들은 도계, 삼척, 북평 장날에 직물을 팔아 건어물이나 소금을 구해 통리고개를 되넘어 다녔다. 소금장수와 여우 둔갑 이야기도 있지 않았던가. 이런 삶이 우리 조상들의 고개 넘기였다. 그러다 탄광이 개발되자 일제는 서둘러서 삼척철도를 부설했다. 묵호에 석탄부두를 축조하고 일본으로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지. 일본은 유연탄만 생산되었지 무연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삼척철도의 부설은 오로지 석탄을 착취해 가려는 일제의 탐욕에서였다. 통리고개는 걸어서 오르고 내려야 기차를 탈 수 있는 애환의 고개였다. 젊은 사람들은 쉽게 오르고 내렸지만 노인들은 그렇지 못했으며 때로는 지게에 얹혀 운반해 주던 지게꾼도 있었다. 통리 고개 때문에 벌어먹던 짐꾼들도 많았으나 기찻길이 연결되면서 그들도 떠났다.
철길은 김민정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릴 때 나도 기찻길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멀리 가보았으면 했다. 얼마나 기차가 그리웠던지 철로에 귀를 대고 있으면 어디선가 오고 있는 기차의 무쇠바퀴 베어링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기적소리가 들렸고 기차는 순식간에 내 앞을 스쳐갔다. 그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기차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것은 침목이 레일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레일은 서로 만날 수 없다. 서로 떨어져 있다. 하지만 목표지점에는 같이 간다. 김민정 시인의 <통리 고개>의 짧은 시 속에서 나는 소설보다도 더 긴 추억의 이야기들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Never Ending W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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