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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 141 - 억새 숲을 지나며(정일남, 2010. 10. 2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0. 10. 28.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억새 숲을 지나며<정일남>

/ 2010.10.28

 

                                            저 풍경을 보살피지 못한 것이 불효 같다
                       삶이 물처럼 흐르지 못한 것도 죄스럽다
                       자식이 커서 스스로 아버지가 되는 이치에 놀란다
                       억새는 어떤 자식을 키우나
                       자식을 키워서 어디로 보내나
                       서울은 아니다, 추운 변방이다
                       억새는 변방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
                       바람 무덤에서 바람이 일어나고
                       바람이 나를 일으켰으니 스스로
                       거만하지 말자고 자각함이 옳다
                       난해한 것은 사귀고 싶지 않다
                       숲은 수줍음이 자심하다, 하지만
                       마디마디에 힘이 작동하여
                       거친 세파에도 꺾이지 않으니
                       약한 줄기가 놀랍게 강하다
                       한때 적소였던 고요는 불문에 부친다
                       꽃이란 것이 수(繡)놓은 듯 갈래진 머리
                       햇볕이 아끼고 쓰다듬고 그런다
                       분열을 조장하는 무리는 없고
                       서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염문 같다
                       순하고 연약한 마음들아
                       너희들 품속에 저마다 은장도 지니고 산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바야흐로 억새가 아름다운 계절이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과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은 가을 억새로 유명한 산들이다. 지난 일요일 명성산의 억새밭을 찾았을 때 이 시가 생각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밭이 가을임을 다시 한번 알려줬다.

이 시의 화자는 ‘억새는 자식을 키워서 서울이 아닌 변방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억새는 변방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 그리하여 억새는 그 자리에서 자식을 키워 억새끼리 어울리며 장관의 억새 군락지를 만들어 간다. 화자는 “숲은 수줍음이 자심하다, 하지만 / 마디마디에 힘이 작동하여 / 거친 세파에도 꺾이지 않으니 / 약한 줄기가 놀랍게 강하다”라고 해 억새의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강한 힘을 말한다.

 또 억새밭엔 ‘분열을 조장하는 무리는 없고 / 서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염문 같다 / 순하고 연약한 마음들아 / 너희들 품속에 저마다 은장도 지니고 산다’며 분열하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군락을 이루고 사는 억새들이 아름다운 소문 같다고 한다. 또한 순하고 연약한 억새지만 그 속에는 그들만의 자존심을 지키려 은장도를 지니듯 꼿꼿함을 지니며 강인하게 살아가고 있는 억새를 찬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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