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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 140 - 뜨개질 하던 여자(김동인, 2010. 10. 21)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0. 10. 20.

 사진: 속초 연금정, 설윤형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뜨개질 하던 여자<김동인>

/ 2010.10.21

 

 

바늘과 실 사이로 풍랑이 일 때마다
무뎌진 바늘 끝은 포말만을 꿰었다
상처를 내지 않고도 슬픔을 뜨던 여자
 
새로운 출항을 위해 닻줄이 올려지고
감겼던 실타래가 수평선에 닿을 때쯤
바다는 그대로 두고 그물만 건진 여자 

    詩 풀이

宇玄   김민정

이 작품에선 일상의 삶을 사는 사람을 ‘뜨개질하는 여자’로 비유하고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는 얼마만 한 차이가 있고, 우리의 삶은 얼마만 한 풍랑을 안고 사는가. 꿈을 향해, 넓은 삶의 바다에서 뜨개질하는 여자의 바늘은 또 얼마나 무뎌 있는지 그물코에 걸리는 건 포말뿐이라, 그녀는 그것만을 꿰고 있다. 허망한 느낌, 거기에서 느껴지는 슬픔, 그것은 상처가 없는 슬픔인지도 모른다.

둘째 수에 오면 이 작품은 첫째 수의 슬픔에서 벗어나 건강해진다. 새로운 출항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닻줄이 올려지고 / 감겼던 실타래가 수평선에 닿을 때쯤’ 세상을 향해,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비전의 준비가 완료된다. 결국, 그녀는 ‘바다는 그대로 두고 그물만 건진 여자’가 된다. 세상은 상처받지 않게 그대로 남겨 두고, 그녀는 그물만을 건지고 있는 것이다. 그물만이 그녀가 원한 전부일 수도 있다. 그물처럼 숭숭 바람이 통하는 옷 한 벌이 그녀가 바란 전부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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