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윤형, 구절초
2009년 10월 19일 국방일보
| |
詩가 있는 병영 - 가은 역 들국화 <김일연> |
바람 연풍 지나고 가을 성당 지나서
벼논이 지쳐가는 녹슨 철길 끝에는
마지막 눈물방울로 피어나는 연보라
굴곡 많은 생애는 비록 아닐지라도
저무는 금빛 속에 들려오는
나의 첼로,
어둠이 긴 활을 안고 너를 켜고 있으니
더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사랑하기에
짧은 추억 뒤에는 검고 긴 밤 오리니
더 이상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이별하기에
작가는 1980년 시조문학 추천완료. 한국시조작품상, 이영도 문학상. 시조집 ‘명창’ ‘빈들의 집’ ‘서역 가는 길’ ‘저 혼자 꽃 필 때에’ ‘달빛 태우기’ 등.
보라색 들국화가 핀 철길가의 아름다운 가을날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 성당이 있는 풍경을 지나 벼논을 지나 아득히 녹슨 철길이 보이는 곳에 보라색으로 핀 들국화, 그것을 화자는 “마지막 눈물방울로 피어나는 연보라”라 표현하고 있어 청순하면서도 애상한 느낌이 든다.
둘째 수에 오면 그것은 화자의 생의 비유로 나타난다. “어둠이 긴 활을 안고 너를 켜고 있으니”라고 하여 곧 다가올 어둠(늙음)이 있기에 “더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사랑하기에, 더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이별하기에”라고 하여 지금이 사랑하기에도, 이별하기에도 좋은 계절임을 말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詩가 있는 병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화<김민정> - 詩가 있는 병영 93 (0) | 2009.11.03 |
---|---|
'읽'자를 읽다<문무학> - 詩가 있는 병영 92 (0) | 2009.11.03 |
대화동 일기<지성찬> - 시가 있는 병영 90 (0) | 2009.10.11 |
함께 가는 길<김민정> - 시가 있는 병영 89 (0) | 2009.10.04 |
그대 장한 국군이여 - 건군61주년 기념축시(88) (0) | 2009.09.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