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가 있는 병영

가은 역 들국화 <김일연>- 시가 있는 병영 91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0. 18.

 

 

 

 

  사진: 설윤형, 구절초

 

2009년 10월 19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가은 역 들국화 <김일연>

 

 

 

            바람 연풍 지나고 가을 성당 지나서


            벼논이 지쳐가는 녹슨 철길 끝에는

            마지막 눈물방울로 피어나는 연보라

            굴곡 많은 생애는 비록 아닐지라도
            저무는 금빛 속에 들려오는
            나의 첼로,

            어둠이 긴 활을 안고 너를 켜고 있으니

            더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사랑하기에
            짧은 추억 뒤에는 검고 긴 밤 오리니

            더 이상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이별하기에



작가는 1980년 시조문학 추천완료. 한국시조작품상, 이영도 문학상. 시조집 ‘명창’ ‘빈들의 집’ ‘서역 가는 길’ ‘저 혼자 꽃 필 때에’ ‘달빛 태우기’ 등.

보라색 들국화가 핀 철길가의 아름다운 가을날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 성당이 있는 풍경을 지나 벼논을 지나 아득히 녹슨 철길이 보이는 곳에 보라색으로 핀 들국화, 그것을 화자는 “마지막 눈물방울로 피어나는 연보라”라 표현하고 있어 청순하면서도 애상한 느낌이 든다.

둘째 수에 오면 그것은 화자의 생의 비유로 나타난다. “어둠이 긴 활을 안고 너를 켜고 있으니”라고 하여 곧 다가올 어둠(늙음)이 있기에 “더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사랑하기에, 더 좋은 때 있으랴 우리 이별하기에”라고 하여 지금이 사랑하기에도, 이별하기에도 좋은 계절임을 말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