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윤형 2009년 10월 12일 국방일보
보랏빛 아침을 여는 도라지꽃이 피네
자유로 넓은 길이 강을 따라 내달리는
별리의 흰 손을 흔드는 도라지꽃이 피네
오염된 대화천에 큰 비가 내린 후에
하얀 황새 한 마리, 손님처럼 날아오니
파랗게 일어서는 풀잎, 살아있는 그림이네
벚꽃이 봄 하늘을 화사하게 색칠한 후
낙화, 그 자리에 두고 간 작은 열매
그마저 버리고 나서 빈 하늘을 안고 가네
작가는 아호 설정(雪庭). 1980년 ‘시조문학’ 추천. 현재 동아문화센터 현대시창작 강의,
‘시조세계’ 편집위원, 월간 ‘스토리문학’ 주간. 시집 ‘서울의 강’ ‘서울에 사는 귀뚜리야’
‘하늘에서 보낸 편지’ ‘가을엽서’ ‘백마에서 온 편지’ ‘대화동 일기’ 등.
대화동의 평화로운 모습을 주로 시각적으로 읊고 있는 작품이다. 첫째 수에서는 자유로
넓은 길에 피는 도라지꽃을 “보랏빛 아침을 여는 꽃/ 별리의 흰 손”으로 은유하고 있다.
마치 차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 주변의 보라색과 흰색 도라지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듯하
다.
둘째 수에서는 대화천의 황새와 풀잎이 소재가 되고 있으며, 오염된 하천이지만 비가
온 후의 맑은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 황새와 풀잎이 조화된 맑은 생태계의 모습을 보여
줘 아름답다. 그리고 셋째 수에는 화사했던 벚꽃, 그리고 열매까지 버리고 빈 하늘을 안
고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화자의 겸허한 심상이 드러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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