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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눈 / 김민정 - 시가 있는 병영 5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2. 8.

 
 
2009년 02월 09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눈 <김민정>
  


구림리(九林里) 산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눈발이 거칠다
어둠이 내리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전조등 불빛 속으로 뛰어드는
철없는 녀석들
승객들은 말이 없다
모두들 섬이 되어
한 아름씩의 그리움을 키워내고 있었다
어느 새
사투리처럼 덜컹거리던 낡은 버스는
구림리(九林里) 종점으로 들어선다
산짐승의 아가리 같은
어둠이
한 입에 나를 삼켜버린다 

 ……    ……   ……   ……

내 젊은 날의 낯선 초상화


전국에
폭설주의보
창밖에는 함박눈


작가는 시조시인. 문학박사. 시집:  ‘영동선의 긴 봄날’ ‘사랑하고 싶던 날’ ‘지상의 꿈’

‘나, 여기에 눈을 뜨네’,  논문:  ‘현대시조의 고향성 연구’ ‘사설시조 만횡청류의 변모와

수용 양상’ ‘실향민의 고향의식’ ‘시조와 강우식의 4행시’ 등.



  사설시조다. 눈 오는 날, 버스를 타고 달려가던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구림리 대흥사. 대흥사를  찾기위해 가던 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고,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버스가 끊긴 해남읍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대흥사 입구는 완전한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 대흥사를 찾아 올라가려고 나섰던 길, 눈 내리는 어둠 속의 산은 거대한 한 마리 짐승처럼 버티고 앉아 그 어둠 속으로 나를 삼킬 듯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추억에 잠긴 사이 창밖으로는 함박눈이 쌓인다.


<시풀이: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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