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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노루귀꽃 / 최길하 - 시가 있는 병영 52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24.

 
2009년 01월 19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노루귀꽃 <최길하>
 


그녀가 잠든 사이
겨드랑이 그늘 사이


쫑긋쫑긋 노루귀꽃
솜털 노루귀꽃


숨결이 닿기도 전에
사르르 몸사리하는


그녀의 눈 녹은 자리
가랑잎 살얼음 자리

 

풀잠자리 노루귀꽃
솜털 노루귀꽃


눈길만 스쳤을 뿐인데
귀를 접고 숨는 꽃



작가는 충북 단양 출생. 중앙시조 시조백일장 장원. 시조문학 작품상. 충청일보·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샘터시조 심사위원.

이른 봄 산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귀여운 꽃. 줄기에는 작은 솜털들이 보얗게 돋아있는, 앙증맞은 노루귀꽃을 이 시에서는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잠든 사이, 겨드랑이 그늘 사이’라는 표현의 ‘그녀’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그녀란 이 꽃을 피게 하는 대지, 땅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노루귀꽃을 아직 대지가 잠을 자고 있는 한겨울 깊은 산속,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마치 대지의 겨드랑이 그늘 같은 조용한 곳에서 피어나고 있는 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쫑긋쫑긋 노루귀꽃/솜털 노루귀꽃’이라고 표현하여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노루귀처럼 쫑긋거리며 피어나는, 어린 노루처럼 솜털도 많은 꽃이다.

이것은 또한 ‘숨결이 닿기도 전에/사르르 몸사리’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둘째 수의 ‘눈길만 스쳤을 뿐인데/ 귀를 접고 숨는 꽃’과 같은 맥락이다. 겁 많고, 부끄럼 많아 눈길만 마주쳐도 금방이라도 숨어버릴 것 같은 연약하고 수줍음 많은 꽃, 마치 한 수줍은 소녀를 보고 있는 듯한 시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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