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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의 긴 봄날2

영동선의 긴 봄날 1~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7.

영동선의 긴 봄날 1-5

 

   宇玄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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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리 기찻길: 출처: 늘푸른 자봉이의 블로그

 

 

                    철로변 인생
                    -영동선의 긴 봄날 1



                    무심히 피었다 지는
                    풀꽃보다 더 무심히

                    모두가 떠나 버린
                    영동선 철로변에

                    당신은
                    당신의 자리
                    홀로 지켜 왔습니다


                    살아서 못 떠나던
                    철로변의 인생이라

                    죽어서도 지키시는
                    당신의 자리인 걸

                    진달래
                    그걸 알아서
                    서럽도록 핀답니다


                    시대가 변하고
                    강산도 변했지요

                    그러나 여전히
                    당신의 무덤가엔

                    봄이면
                    제비꽃, 할미꽃이
                    활짝활짝 핍니다


                    세월이 좀더 가면
                    당신이 계신 자리

                    우리들의 자리도
                    그 자리가 아닐까요

                    열차가
                    사람만 바꿔 태워
                    같은 길을 달리듯이


 

 

                             라일락

 

                    흔들리던 풀잎처럼
                    -영동선의 긴 봄날 2



                    기차가 지나가면
                    흔들리던 풀잎처럼

                    격변하는 세월 속을
                    절뚝이며 걸어온 당신

                    봄이면
                    산수유 피듯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떠나던 기적을 향해
                    손 흔들고 손 흔들면

                    상행선 기적 소린
                    서울을 향해 달리고

                    애릿한
                    그리움들만
                    수액처럼 흐릅니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교차하는 그 자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한 번쯤의 인연으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있나요

 

 

 

 

 

 

                      철로변 아이의 꿈
                      -영동선의 긴 봄날 3



                      자욱한 안개 속에
                      보슬비가 내리면

                      굴뚝 옆에 앉아서
                      생솔 연기 맡으며

                      십 리 밖
                      기적 소리에도
                      마음은 그네를 타고


                      여덟 시 화물차가
                      덜컹대고 꼬릴 틀면

                      책보를 둘러메고
                      오릿길을 달음질쳐

                      단발의
                      어린 소녀가
                      나폴대며 가고 있다


                      철로변 아이의 꿈이
                      노을처럼 깔리던 곳

                      재잘대며 넘나들던
                      기찻굴 위 오솔길엔

                      마타리 
                      꽃잎이 하나 
                      추억처럼 피고 있다

     

     

                                 심포리 기찻길: 출처: 늘푸른 자봉이의 블로그

     

                      가난도 햇살인 양
                      -영동선의 긴 봄날 4



                      아버지가 웃으시며
                      영동선을 가고 있다

                      가난도 햇살인 양
                      눈부시게 받아 입고

                      물푸레
                      나뭇잎처럼 
                      휘적휘적 가고 있다


                      눈 덮인 산과 계곡
                      그 늠름한 능선들이

                      희미한 꿈결같이
                      뼈에 절은 아픔같이

                      삶에다 
                      만장 두르고
                      펄럭이며 가고 있다

     

     

                                심포리 기찻길: 출처: 늘푸른 자봉이의 블로그

     

                      보릿고개 사랑
                      -영동선의 긴 봄날 5



                      철길가 아지랑이
                      속살처럼 눈부신 봄

                      흔들리는 잎새 위의
                      햇빛은 조각비단

                      파릇한
                      기적 소리에
                      고향 잔디 놀라 깬다


                      호랑나비 날갯짓에
                      봄빛은 화사해도

                      쌀 한 줌에 나물 몇 줌
                      묽은 죽을 끓이시며

                      애잔히
                      함께 끓이던 사랑
                      보릿고개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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