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의 긴 봄날 1-5
宇玄 김민정
심포리 기찻길: 출처: 늘푸른 자봉이의 블로그
철로변 인생
-영동선의 긴 봄날 1
무심히 피었다 지는
풀꽃보다 더 무심히
모두가 떠나 버린
영동선 철로변에
당신은
당신의 자리
홀로 지켜 왔습니다
살아서 못 떠나던
철로변의 인생이라
죽어서도 지키시는
당신의 자리인 걸
진달래
그걸 알아서
서럽도록 핀답니다
시대가 변하고
강산도 변했지요
그러나 여전히
당신의 무덤가엔
봄이면
제비꽃, 할미꽃이
활짝활짝 핍니다
세월이 좀더 가면
당신이 계신 자리
우리들의 자리도
그 자리가 아닐까요
열차가
사람만 바꿔 태워
같은 길을 달리듯이
라일락
흔들리던 풀잎처럼
-영동선의 긴 봄날 2
기차가 지나가면
흔들리던 풀잎처럼
격변하는 세월 속을
절뚝이며 걸어온 당신
봄이면
산수유 피듯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떠나던 기적을 향해
손 흔들고 손 흔들면
상행선 기적 소린
서울을 향해 달리고
애릿한
그리움들만
수액처럼 흐릅니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교차하는 그 자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한 번쯤의 인연으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있나요
심포리 기찻길: 출처: 늘푸른 자봉이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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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변 아이의 꿈
-영동선의 긴 봄날 3
자욱한 안개 속에
보슬비가 내리면
굴뚝 옆에 앉아서
생솔 연기 맡으며
십 리 밖
기적 소리에도
마음은 그네를 타고
여덟 시 화물차가
덜컹대고 꼬릴 틀면
책보를 둘러메고
오릿길을 달음질쳐
단발의
어린 소녀가
나폴대며 가고 있다
철로변 아이의 꿈이
노을처럼 깔리던 곳
재잘대며 넘나들던
기찻굴 위 오솔길엔
마타리
꽃잎이 하나
추억처럼 피고 있다
가난도 햇살인 양
-영동선의 긴 봄날 4
아버지가 웃으시며
영동선을 가고 있다
가난도 햇살인 양
눈부시게 받아 입고
물푸레 나뭇잎처럼
휘적휘적 가고 있다
눈 덮인 산과 계곡
그 늠름한 능선들이
희미한 꿈결같이
뼈에 절은 아픔같이
삶에다
만장 두르고
펄럭이며 가고 있다
보릿고개 사랑
-영동선의 긴 봄날 5
철길가 아지랑이
속살처럼 눈부신 봄
흔들리는 잎새 위의
햇빛은 조각비단
파릇한
기적 소리에
고향 잔디 놀라 깬다
호랑나비 날갯짓에
봄빛은 화사해도
쌀 한 줌에 나물 몇 줌
묽은 죽을 끓이시며
애잔히
함께 끓이던 사랑
보릿고개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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