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동선의 긴 봄날2

영동선의 긴 봄날 11~1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7.

영동선의 긴 봄날 11-15

 

   宇玄 김민정

 

 

 

                  큰 가방 메고서
                  -영동선의 긴 봄날 11



                  일어 조금 할 줄 알아
                  우체국에 취직 되어

                  한과 꿈이 담겨 있을
                  몇십 통의 우편물로

                  빼곡히 
                  채워진 가방
                  사랑 겹던 하룻길


                  깊은 골 외딴 집들
                  오솔길엔 산짐승들

                  가다가 비 만나고
                  돌아오다 눈도 만나

                  흔흔히
                  마음 적시며
                  산등성을 넘었네


 

                  산골 번지
                  -영동선의 긴 봄날 12



                  어느 골 산딸기가
                  먹음직해 보이는지

                  어느 골 산머루가 
                  지금쯤 익었는지

                  헤아려
                  따 먹어가며
                  달래었던 시장기


                  어느 골엔 물이 맑아 
                  발도 씻고 갈 수 있고

                  어느 골엔 동굴 있어
                  비 피할 수 있다는 걸

                  집 번지
                  산골골 번지
                  눈 감고도 훤했네

 

 

                  함께 웃고 울며
                  -영동선의 긴 봄날 13



                  징용 나간 아들 안부
                  만주이민 친척 소식

                  집집이 까막눈이라
                  소리 내어 읽어 주며

                  저마다
                  아픈 사연에
                  저려 오던 가슴, 가슴


                  전보 한 통 전해 주려
                  걸어가던 몇십 리

                  전사 통지 전해 주고 
                  합격 통지 읽어 주며

                  가득한
                  삶의 무게 싣고
                  어둑한 길 돌아왔네


 

 

                  풋풋한 인정
                  -영동선의 긴 봄날 14



                    일 하러 모두 나가
                    때때로 빈집일 때

                    우편물만 남겨 두고
                    차마 오기 어려워서

                    산과 밭
                    휘둘러보며
                    주인 찾아 전한 편지


                    어느 집선 툇마루에
                    옥수수를 내어 놓고

                    어느 집선 제사 지낸
                    술 한 잔을 따라 주면

                    순박한
                    인정 속에서
                    잠깐 생이 환했네


     

                    산골 우체부
                    -영동선의 긴 봄날 15



                    산 너머 가기 힘든
                    외딴 먼 집 우편물들

                    땅 파고 묻기도 한
                    비양심도 있다지만

                    그럴 순
                    차마 없었네
                    눈비 속의 만행(萬行)길


                    답장 편지 받아 적고
                    밥풀 으깨 봉한 후에

                    우표삯 동전 몇 닙
                    받아들고 돌아서면

                    등 시린
                    어깨너머로
                    짧은 해가 기우네

    '영동선의 긴 봄날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동선의 긴 봄날 26~30  (0) 2009.01.07
    영동선의 긴 봄날 21~25  (0) 2009.01.07
    영동선의 긴 봄날 16~20  (0) 2009.01.07
    영동선의 긴 봄날 6~10   (0) 2009.01.07
    영동선의 긴 봄날 73-77  (0) 2009.01.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