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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의 긴 봄날2

영동선의 긴 봄날 26~30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7.

영동선의 긴 봄날 26-30

 

宇玄 김민정

 

                                             운보 김기창 그림

 

 

                탄광촌의 별
                -영동선의 긴 봄날 26


                콩밭머리 앉은 햇살
                건들마로 흔들리고

                넘치는 청댓잎 소리
                산이 온통 흔들려도

                심포리
                탄광촌에 뜨는 별
                미리내를 이룹디다


                마른 갈대 훑고 가는
                가을 짧은 햇살 아래

                수수이삭 익어 가듯
                그리움도 익어 가고

                팽팽히
                닻을 올리며
                마을 한 척 떠갑디다

 

                                             운보 김기창 그림

 

                광맥 찾기
                -영동선의 긴 봄날27




                몸 안의 실핏줄처럼
                가닥가닥 퍼져 있는

                석탄광맥 찾아내어
                도탄굴을 시작하며

                노다지
                한 탕을 바라
                삶의 모험 펼치고


                어쩌다 찾게 되는
                그, 신나는 행운에도

                낮과 밤 바뀌어진
                고단한 삶의 여정

                올빼미
                생활 속에도
                활기 살짝 넘치던

                                              운보 김기창 그림 

                도탄 캐기
                -영동선의 긴 봄날 28



                석탄공사 광부들의
                화약 몇 알, 화약줄 몇 발

                도탄굴 사람 위해
                몰래 사다 건네 주던

                아버지
                뜨거운 손길로
                환한 미소 번져나고


                등 뒤에 날카로운 눈빛
                칼날처럼 들이대는

                석탄공사 몰래몰래
                도탄들을 캐어내며

                순간의
                환희에 젖어
                얼큰하게 취하던
 
                                              운보 김기창 그림

                앓던 삶
                -영동선의 긴 봄날29
                 


                잘 나가는 도탄굴도
                때때로 있었지만

                어쩌다 소문 듣고
                감시인들 찾아와서

                막장을
                발파 시키고
                도탄인을 연행하고


                무지갯빛 꿈을 찾아
                공전(空轉)하던 이들도

                적당히 돈을 벌어
                마을 떠난 이들도

                진폐증
                그늘에 가려
                가랑가랑 삶을 앓던
                 
                                              운보 김기창 그림
 
                타는 그리움
                -영동선의 긴 봄날30
                 


                삶의 내피 파고드는
                소소리 바람 한 점

                감나무 사이로 난
                그, 푸른 하늘길 가듯

                상큼한
                추임새 모아
                가을하늘 높이고


                세월이 서걱이는
                그, 건널목 길모퉁이

                뜨거운 용암으로
                가슴속을 흘러내리는

                그대 안
                실핏줄 같은
                그리움이 타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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