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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의 긴 봄날2

영동선의 긴 봄날 31~3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7.

영동선의 긴 봄날 31-35


宇玄 김민정
 

                                

      사진: 설윤형
                                        간드레 불빛 속에
                                               -영동선의 긴 봄날 31

                 

                간드레 아슬한 불빛
                산골밤이 깊어 가고

                카바이트 몇 점 불꽃
                어둔 막장 수 놓으면

                곡괭이,
                삽끝의 석탄
                바지게에 얹어졌고


                가랑잎이 쌓여가듯
                채탄더미 쌓여가고

                여덟 시간 삼 교대로
                하루해가 저물 때면

                휘파람
                불어도 좋을
                막장 밖의 세상이여

     

                   
                                직선길을 원했지만
                                -영동선의 긴 봄날 32



                                때로는 수평으로
                                때로는 수직으로

                                석탄굴은 광맥따라
                                굴곡 이뤄 나가지만

                                남포로
                                암석 뚫으며
                                직선길을 원했었고


                                광맥아 발견되라
                                재수굿 띄웠었고

                                앞날에 탈 없으라
                                고사도 지내면서

                                무사를
                                꿈 꾸는 속에
                                반짝이던 하루해여
                                 
                         
                                      따스했던 마을
                                      -영동선의 긴 봄날 33



                                      때로는 천판에서
                                      물들이 떨어지고

                                      때로는 갱목들이
                                      무너져 내리지만

                                      고단한
                                      삶을 되짚어
                                      또다시 등불 켜고


                                      사이사이 섞인 갈탄
                                      냄새들도 독했지만

                                      화력 좋고 가스 적은
                                      석탄들이 더 많아서

                                      한겨울
                                      원석을 때며
                                      따스했던 마을이여
                                       
                               
                                            탄광촌의 밤
                                            -영동선의 긴 봄날 34



                                            눈 덮힌 오두막집
                                            등불처럼 외로운 밤

                                            탄맥 찾아 유영하는
                                            태백산맥 긴 줄기 속

                                            눅눅한
                                            인생을 캐며
                                            동발처럼 괴던 청춘


                                            자연(紫煙) 속 피어나던
                                            깃털보다 가벼운 꿈

                                            고생대의 고비처럼
                                            퇴적되며 연명해 온

                                            탄광촌
                                            희로애락도
                                            은유처럼 깊었네
                                             
                                     
                                                  식민지 탄광 노동자
                                                  -영동선의 긴 봄날 35


                                                   

                                                  만주사변 발발되어
                                                  허덕이던 농민들을

                                                  만주이민 정책으로
                                                  탄광이주 정책으로

                                                  식민지
                                                  아픈 역사가
                                                  만들어 낸 막장인생


                                                  수용소 아닌 수용소
                                                  감옥 아닌 감옥에서

                                                  거주 이전 제한된 채
                                                  감시까지 받으면서

                                                  막장을
                                                  살다간 광부,
                                                  고된 삶의 주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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