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의 긴 봄날 73-77
宇玄 김민정
참취(취나물) : 출전: www.jdm.0777.com/jdm
산나물 뜯기
-영동선의 긴 봄날 73
봄 한철 연명하던
산나물을 뜯기 위해
동네사람 몇몇 모여
주먹밥을 싸들고서
먼동이
트기도 전에
깊은 산을 향해 갔고
생나물을 씹으면서
허기진 배 채워 가며
산나물 몇 자루씩
힘에 겹게 이고 지고
어두운
밤이 돼서야
돌아오곤 하였다
곰취: 출전: www.jdm.0777.com/jdm
산나물 말리기
-영동선의 긴 봄날 74
생나물들 밤새 뜰까
풀어헤쳐 놓았다가
물 길어 가마에다
몇 번씩 끓여내어
햇볕에
말리느라고
돗자리는 동이 났고
어쩌다 비가 와서
햇볕이 없는 날은
쪄낸 나물 썩을까봐
방바닥을 꽉 채우던
어머니
마른 추억이
들꽃처럼 고왔다
도토리 나무: 출전: cafe.daum.net/mooa77
도토리 : 출전: 블로그 greenlove1234
도토리 줍기
-영동선의 긴 봄날 75
마을추수 끝나가고
가을도 깊어지면
도토리 줍기 위해
깊은 산중 헤매다가
다람쥐
양식 모은 듯
보배처럼 들고 왔다
힘겨워 끙끙대며
겨우 집에 돌아올 때
산마루 쳐다보며
아버지를 기다리던
맑은 눈
자식들 위해
겨울준비 바빴었다
혁명은 지나가도
-영동선의 긴 봄날 76
사일구가 지나가고
오일육이 일어나도
나아진 것 무엇이고
좋아진 것 무엇인지
봄이면
산골 가난만
새순처럼 돋아났다
깊은 골 나물 뜯다
뱀에 물려 고생하고
때로는 옻나무에
옻도 올라 고생하며
마음도
허기지시던
아버지의 긴 봄날
영동선에 잠들다
-영동선의 긴 봄날 77
긴 겨울 물소리가
깨어나고 있을 무렵
아버진 가랑가랑
삶을 앓아 누우시며
고단한
삶의 종착역
다가가고 있었다
봄날도 한창이던
사월도 중순 무렵
간이역 불빛 같던 희미한 한 생애가
영동선
긴 철로 위에 기적(汽笛)으로 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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