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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의 긴 봄날2

영동선의 긴 봄날 73-77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7.

                       

 

 

 

영동선의 긴 봄날 73-77

    宇玄  김민정

 

참취(취나물) : 출전: www.jdm.0777.com/jdm

 

                산나물 뜯기
                -영동선의 긴 봄날 73



                봄 한철 연명하던
                산나물을 뜯기 위해

                동네사람 몇몇 모여
                주먹밥을 싸들고서

                먼동이
                트기도 전에
                깊은 산을 향해 갔고


                생나물을 씹으면서
                허기진 배 채워 가며

                산나물 몇 자루씩  
                힘에 겹게 이고 지고

                어두운
                밤이 돼서야
                돌아오곤 하였다


      곰취: 출전: www.jdm.0777.com/jdm

       

                    산나물 말리기
                    -영동선의 긴 봄날 74



                    생나물들 밤새 뜰까
                    풀어헤쳐 놓았다가

                    물 길어 가마에다
                    몇 번씩 끓여내어

                    햇볕에
                    말리느라고
                    돗자리는 동이 났고


                    어쩌다 비가 와서
                    햇볕이 없는 날은

                    쪄낸 나물 썩을까봐
                    방바닥을 꽉 채우던

                    어머니
                    마른 추억이
                    들꽃처럼 고왔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도토리 나무: 출전: cafe.daum.net/mooa77

           

                        도토리 줍기
                        -영동선의 긴 봄날 75



                        마을추수 끝나가고
                        가을도 깊어지면

                        도토리 줍기 위해
                        깊은 산중 헤매다가

                        다람쥐
                        양식 모은 듯
                        보배처럼 들고 왔다


                        힘겨워 끙끙대며
                        겨우 집에 돌아올 때

                        산마루 쳐다보며
                        아버지를 기다리던

                        맑은 눈
                        자식들 위해
                        겨울준비 바빴었다

               

                 

              도토리 : 출전: 블로그 greenlove1234

                  

                            혁명은 지나가도
                            -영동선의 긴 봄날 76



                            사일구가 지나가고
                            오일육이 일어나도

                            나아진 것 무엇이고
                            좋아진 것 무엇인지

                            봄이면
                            산골 가난만
                            새순처럼 돋아났다


                            깊은 골 나물 뜯다
                            뱀에 물려 고생하고

                            때로는 옻나무에
                            옻도 올라 고생하며

                            마음도
                            허기지시던
                            아버지의 긴 봄날

                   

                   

                                영동선에 잠들다
                                -영동선의 긴 봄날 77



                                긴 겨울 물소리가
                                깨어나고 있을 무렵

                                아버진 가랑가랑
                                삶을 앓아 누우시며

                                고단한
                                삶의 종착역
                                다가가고 있었다


                                봄날도 한창이던
                                사월도 중순 무렵

                                간이역 불빛 같던
                                희미한 한 생애가

                                영동선
                                긴 철로 위에
                                기적(汽笛)으로 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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