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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마음의 뒤란 / 박권숙 - 시가 있는 병영 46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12. 29.

 
2008년 12월 08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마음의 뒤란 <박권숙>


그리움도 맑은 때가 앉을 법한 마흔 고개
단선행 기억 저편 덜컹이는 문죽리는
여섯 살 눈발에 갇혀 아직 넘지 못합니다

깡마른 어둠의 뼈로 동향바지 가난 지고
첫새벽 무를 써는 희디흰 초가 한 채
문풍지 떨리는 귀로 빛을 받아 모읍니다

                                               뒤란 빈 외지래기에 사투리로 쌓이던 눈
                                               때로 꿈의 밑바닥이 환해진 겨울이면
                                               가슴엔 아아, 고향이란 뒷마당이 생깁니다

   작가는 1991년 중앙시조지상백일장 연말장원.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시집 <시간의 꽃><겨울묵시록><객토><그리운 간이역> 등.

   고향은 인격이 태어나고 자라고 또 일반적으로 계속 집으로 가지고 있는 삶의 영역이다. 고향은 그에게

서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등과 같은 가족 내에서의 친밀한 인간관계와 함께 시작된다. ‘그리움도 맑은 때

가 앉을 만한 마흔 고개’라고 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잊힐 만한 40대 임에도 가고 오지 않는 단선행의

기억 저편, 여섯 살의 문죽리 유년에 갇혀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 고향에 대한 기억은 둘째 수에 오면 ‘동향바지 가난 지고/첫새벽 무를 써는 초가집’으로 나타난다. 깡마

른 모습으로 무를 써는 이는 어머니일까, 아버지일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화자의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리움으로 전율됨을 ‘문풍지 떨리는 귀로’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면의 소리를 빛으로 받아 모으고 있

다고 한다.

어린 날의 가난하지만 단란한 희디흰 초가의 모습을 귀로 모은다고 하여 시각을 청각화시키고 있으며,

향집 뒤란처럼 늘 마음 깊은 곳, 즉 마음의 뒤란에 남아 있는 곳이 바로 고향임을 이 작품에서는 말하

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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