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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석류의 말씀을 듣다 / 추창호 - 시가 있는 병영 4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12. 29.

2008년 11월 24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석류의 말씀을 듣다<추창호>


                                 낯선 길을 가다 고향을 만났다 
                                 토담 너머 날 부르시던 어머니 환한 목소리 
                                 묵묵히 듣고 새기던 이끼 낀 석류나무 

                                 속달우편 개봉하듯 가슴 쩌억 열어젖히고 
                                 괜찮다 그깟 일로 기 죽지 말거레이 
                                 어깨 툭 치던 말씀을 알알이 건네주신다 

                                 새콤달콤한 그 어록 발효된 이 깊은 맛 
                                 응석둥이 자식 되어 그 품 다시 안겨보거니 
                                 지금쯤 고향 집에도 가을빛이 한참이겠다


   작가는 1996년 ‘시조와 비평’ 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 울산문협 부회장 역임 및 이사. 웹 ‘시조사랑’(http://user.chollian.net/~ckd18) 운영

   눈에 익은 석류, 지금은 이란산 석류가 더 많이 들어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지만 우리 재래의 석류, 석류꽃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작품에서는 낯선 길을 가다 만난 석류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토담 너머 날 부르시던 어머니의 환한 목소리, 그것을 듣고 있던 이끼 낀 석류나무가 생각나서 낯선 길을 가다 만난 석류나무가 고향을 만난 듯 반가운 것이다.
   더구나 가슴 쩌억 열어젖히며 그 붉은 속을 보여주고 있는 석류, 그 알알, 그것은 마치 ‘괜찮다 그깟 일로 기 죽지 말거레이’라고 기죽은 아들 어깨를 툭 치며 다독이는 어머니 말씀으로 다가온다. 그 붉은 마음, 그 붉은 말씀을 석류알에서 발견하는 화자는 석류에서 고향의 어머니를 발견하고, 어머니의 말씀을 읽는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어머니의 말씀이 발효된 것 같은 깊은 맛에, 응석둥이 자식 되어 그 품에 다시 상상으로 안겨보며 지금쯤 고향 집에도 한창일 가을빛을 생각한다. 석류나무가 있는 고향 집을 생각하는 시인의 고향의식은 따스하고 정겹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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