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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조평

김민정 시조론 - 노동의 건강성<정연수>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11. 20.

 



09.

        탄광촌의 숨소리
        -영동선의 긴 봄날 25
        宇玄 김민정
        윤기내며 달려가는 반세기의 역사 앞에 뜨거운 불꽃, 불꽃 가득 실은 화물차는 긴 장화 질척이던 갱도 그 어둠을 사르고
        고적한 사막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는 투사의 눈빛 같은 캡램프의 불빛 속엔 선인장 꽃보다 강인한 광부들의 숨소리

 

       

       탄광노동자의 삶의 양식에 관한 고찰

       

       

       

      정연수 (시인, 강릉대강사, 태백문협회장)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진리가 탄광시에서 극명하게 확인된다.

        3연의 '긴 장화 /질척이던 갱도 /그 어둠을 사르고"라는 진술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2연의 "뜨거운 불꽃, 불꽃/ 가득 실은 화물차"에서 기인한다. 탄광노동자의 채탄 막장은

       

      결코 우울하거나, 음침한 공간이 아니다. 광부들의 이마에 매달린 안전등 불빛은 "투사

       

      의 눈빛"처럼 강렬하고, 광부들의 호흡은 "꽃보다 강인"하다.

       

        인생막장으로까지 표현되는 채탄현실을 이처럼 건강하고 희망차게 노래할 수 있는 힘

       

      은 결코 미화된 가상현실이 아니다. 이 힘은 막장인생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빛의 공간을

       

      향해 막장을 뚫는 광부들의 막장정신에서 나온다. 김민정 시인은 이러한 막장정신을 불

       

      꽃이 될 석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의 우렁찬 소리에서 찾아낸다. 이 시에 '탄광촌의 숨

       

      소리'라고 부제를 붙인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였을 것이다.

       

       

        시인은 인생막장, 막장인생의 현실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불꽃의 희망을 이뤄내는

       

      강인한 광부의 존재를 선인장에 비유하고 있다.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도 끈질긴 생명력

       

      을 보여주는 선인장의 존재는 열악한 삶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잃지 않

       

      는 광부를 상징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탄광노동자들은 일제의 자원 수탈 정책에 의해, 해방기 이후의 탄광노동

       

      자들은 국가의 산업발전을 위한 자원에너지 확보를 위해 맹목적인 노동을 강요당했다.

       

      이 과정에서 저임금, 안전시설이 미비한 작업환경, 노동자에 대한 인권의 실종, 국가가

       

      부여한 산업역군(혹은 산업전사)의 허울, 석탄의 이용가치가 떨어졌을 때 대체산업 없이

       

      졸속으로 폐광정책을 유도한 국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등의 부조리한 현상이 자리한다.

       

       

       

        하지만 김민정 시인의 「영동선의 긴 봄날 25」에 보면 온갖 부조리한 현상조차 건강한

       

      노동의식에 의해 극복되고 있다. 마치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 불꽃이 갱도의 어둠을 우렁

       

      차게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도 현재보다는 미래를 향해 채

       

      탄의 삽을 들고, 우리 산업사회의 가장 소외계층이면서도 결코 희망의 캡램프 불빛을 꺼

       

      트리지 않던 탄광노동자의 건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척박한 세상에 희망의 불꽃을 심기 

       

      위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철로 위를 달리는 "꽃보다 강인한/ 광부들의 숨소리"를 통해 노

       

      동의 건강성을 확인하게 된 것은 탄광시가 이룬 값진 성과라 하겠다. 

       

       

      (출전: 탄광문학강연, 2006. 12. 14(목) 오후 8시, 삼척시립박물관 시청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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