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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빈집 / 박현덕 - 시가 있는 병영 3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9. 27.

 
2008년 09월 08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빈 집 <박현덕>

 

 


반쯤 헐린 돌담 너머 옛 마당 펼쳐진다
마음 깨진 장독대, 무너진 푸른 우물
빗물에 민들레 키워 함초롬 꽃 피운다

입이 자꾸 써지며 그림자도 사라진 밤
가위 바위 보 하는 폐가의 혼불들이
우물 속 크고 작은 별을 도르래로 올린다



  작가는 전남 완도 출생. 1987년 시조문학 추천 완료.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한국시조 작품상·시조시학상 등 수상. ‘시조시학’ 편집위원.

  요즈음은 도시로,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시골에 가면 빈 집을 많이 볼 수 있다. 돌담도 헐리고, 장독대는 깨져 있고, 우물도 푸른 물이끼만 끼어 있는 곳이다. 그것을 지키고 있는 건 빗물에 키워진 민들레다. 
  이것을 바라보는 화자는 ‘입이 자꾸 써지며 그림자도 사라진 밤’이라고 하여 희망이나 꿈이 사라진 안타까움을 말한다. 그러한 폐가의 혼불들이 ‘우물 속 크고 작은 별을 도르래로 올린다’고 해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곳, 그러나 지금은 자연만이 살아 숨쉬는 쓸쓸한 폐가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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