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한결같이 푸르름 간직한 숲 멧새들 합창소리 향기로 번져 가는 능가산 정토의 터에 먼 산 빛도 고와라
겸손히 허리 굽혀 탑전에 향 사르면 만 갈래 시름들은 구름 되어 흩어지고 당산목 잎을 흔들어 풍경소리 깨운다
까치발 딛고 서서 다투어 피는 꽃이 대웅보전 문틀 속에 꽃살을 새겨 넣고 새 세상 천 년을 여는 아기처럼 웃는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눈 맞추면 나 또한 문살 속에 영겁의 꽃이 될까 거친 마음 밭 위에 보상화를 수 놓는다
작가는아호는 여심(如心), 시인. 시조문학 신인상·황진이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시조시인협회, 시조문학진흥회, 씨얼문학회, 펜넷문학동인회, 포럼 우리시우리음악,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예술가곡협회 회원.
산세가 좋은 내소사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 준다. 이 시에서도 그러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좋은 터에 앉은 절집, 내소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닮은 시다. 특히 이 시 속 화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색 바랜 그대로 보존돼 있는 대웅보전 문틀 속 꽃살 무늬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내소사의 꽃 문양이다.
‘까치발 딛고 서서 다투어 피는 꽃이 / 대웅보전 문틀 속에 꽃살을 새겨 넣고 / 새 세상 천 년을 여는 아기처럼 웃는다’라고 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아름다운 문양들이, 다투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처럼 대웅보전 문살 속에서 새 천년을 향해 순진무구한 아기처럼 웃는다며 앞으로도 계속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줄 것임을 말하고 있다.
4연에 오면 화자의 희원이 나타난다. 화자 또한 지극한 정성을 들여 문살 속에 피는 영겁의 꽃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희원은 ‘거친 마음 밭 위에 보상화를 수 놓는’ 행위로 이어진다. 현실에서의 고운 마음씨를 지니며 살아가는 것이 곧 영겁의 꽃이 되는 길임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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