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짐 하역하는 대형 크레인의 손가락이 어쩌면 저리도 보드라울까 우리 아기 고사리 손보다도 더 보드랍네
두더지에겐 땅을 파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 딱따구리에겐 나뭇결을 파는 정교한 부리가 있다 사람에겐 존재의 근원을 파는 보드라운 물음이 있다
얼음이 녹아 물방울 되는 모습, ?의 모양이다 슬픔이 녹아 눈물방울 되는 모습, ?의 모양이다 0의 실타래 막- 풀어지기 시작하는 모습, ?의 모양이다
사람들은 한 점 종지부로 우주를 닫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닫기가 무섭게 여는 것이 있으니 ?.?.?. ?은 지상최대의 열쇠일까
네발나비, 뒷날개 아래쪽에 ?모양의 은빛 무늬가 있다 해서 밤늦게까지 찾고 찾던 날 밤 나는 꿈속에서 구멍 숭숭 난 색안경을 썼다.
작가는 ’75 현대시학 등단, 성균관대 영문과 명예교수, 성균문학상(88),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07) 수상. 시집: ‘꽃’ ‘시산일기’ ‘노자의 산’ ‘한 쌍의 새가 날아간다’ ‘나는 네가 좋다’ ‘호호의 집’ ‘나의 뮤즈에게’ 등.
시의 제목이 ‘물음’ 연가(戀歌)다. 화자는 ‘사람에겐 존재의 근원을 파는 보드라운 물음이 있다’고 한다. 얼음이 녹아 물방울이 되는 모습도 물음표(?)의 형상을하고 있고, 슬픔이 녹아 눈물방울이 되는 모습도, 둥근 실타래에서 실이 막 풀어지기 시작하는 모습도 ?형상이라고 한다. ‘사람은 한 점 종지부로 우주를 닫기를 좋아한다’고 하여 인간은 살아가면서 의문이 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기를 좋아한다. 그런 다음에는 또 다른 것에 의문을 갖는다. 의문을 갖고, 풀고, 갖고, 풀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의문을 갖는 물음(?)은 지상최대의 열쇠가 아닐까 하고 화자는 역설적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연의 ‘구멍 숭숭 난 색안경’이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세상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삶을 살아가면서도 존재의 근원 또는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 화자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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