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6일 국방일보 | |
詩가 있는 병영 - 딱따구리 <김호길> |
내 영혼의 수풀 속에 딱따구리 한 마리 산다
피로와 나태가 감겨
혼곤해진 순간이면
딱,
딱,
딱,
부리로 쪼아
번쩍
불침을 놓는다
작가는 1943년 경남 사천 출생. 한국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한국펜클럽·미주한국문인협회·한국육군항공협회 회원, 세계시조사랑협회 명예회장 등. 시집 ‘하늘환상곡’ ‘수정 목마름’ ‘절정의 꽃’ 등.
딱따구리가 나무에 앉아 나무를 쪼듯 내 영혼이 ‘피로와 나태가 감겨 혼곤해진 순간이면’ 딱따구리처럼 영혼을 쪼는 것은 늘 깨어 있는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항상 깨어 있기를 바라는 정신 때문에, 생활에서의 긴장과 시적 긴장을 둘 다 늦추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이 이 짧은 단시조 한 작품 속에 그대로 살아난다.
그리고 행 배열도 재미있다. ‘딱,/딱,/딱,’으로 처리된 종장의 행갈이는 청각적 시어에다 시각적 배열의 효과를 확보한 품격 높은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낯설게 하기의 기법이 이용되고 있는데, 모든 작품에 이러한 배행법이 맞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미지가 적절하게 잘 살아나고 있어 내용의 신선함과 함께 작품 배열 또한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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