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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국문학인 세계 속을 거닐다 (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4. 1. 20.

한국문학인 세계 속을 거닐다 8

 

한국문인협회 제28회 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 및 유럽 문학기행 다녀오다

 

김민정(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20231031, 우리는 몬세라트 수도원을 가게 되었다. 육중한 바위산으로 된 산은 마치 조각가가 돌을 깎아 사람의 모양으로 형상화한 듯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 모습이 장엄했다. 9세기에 처음 알려진 이 수도원은 이후 증개축 되었지만 1811년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상당한 부분이 파손되었고 수도사들도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후 19세기 중반에 들어와서야 다시 재건에 들어가고 수도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들어와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고, 지금은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원으로 약 80여 명의 수도사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수도원에서 가장 중요한 바실리카 대성당에서는 13세기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소년 성가대이자 세계 3대 소년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에스콜라니아와 카탈루냐의 성인인 검은 성모상을 만날 수 있다. 대성당 정면의 파사드는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예수님과 12제자를 조각해 놓았는데 원래는 은으로 세공된 파사드였지만 1900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재건되었다

 

몬세라트 수도원 앞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특이한 바위 지형 때문에 톱니 모양의 산(serrated mountain)’ 몬세라트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뾰족한 암벽 봉우리와 그 사이에 깊은 협곡들이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해발 1,236m의 바위산이다. ‘검은 마리아상을 보관하고 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원은 725m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986년 건립되었다. 스페인 카톨릭의 최고의 성지라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가장 많은 영감을 얻은 장소라고 한다. 몬세라트 산 중턱에 자리한 산타마리아 몬세라트 수도원은 베네딕트파 수도원과 나무로 만든 성모마리아상으로 유명하다. 또 수도원에는 미켈란젤로, E.그레코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예술가들의 유명한 그림들과 성서, 고고학 박물관 등도 있다.

   우리 인솔자는 이곳 바위산에 우리 자신의 형상도 있을 것이라며 잘 찾아보라고 한다. 사람형상의 바위들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에 있는 수도원을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케이블카는 커서 우리팀 모두가 타고도 남았다. 케이블카 밑으로 펼쳐지는 양쪽산 바위 형상들을 열심히 보면서 가는데 다 왔다고 내리란다. 산의 정상 부분에는 산미구엘 전망대가 있다. 몬세라트 푸니쿨라(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든가, 걸어서 올라간다. 산악열차가 올라가는 모습이 보여 순간 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우리는 그곳까지 다녀올 시간이 없어 수도원 근처만 둘러볼 계획이었다. 몬세라트 푸니쿨라는 15분마다 운행되며 편도 9.75유로, 왕복은 15유로라고 한다.

사람 형상의 우람한 바위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산의 중턱인데 아주 넓은 공간에 건물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도원과 그 아래로는 커피점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관광지마다 기념품들을 참 많이 팔고 있고, 이런 관광 수입으로 이곳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대성당 정면의 파사드 앞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대성당 정면의 파사드,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예수님과 12제자 조각 상 김민정 부이사장

 

   수도원 안 둥근 원 안에서 손을 뻗어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우리도 열심히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가족들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고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라고, 그리고 좋은 글을 남기는 문인이 되게 해 달라고도 기도했다.

 검은성모상

 

이곳 수도원에는 검은성모상이 있는데, 검은성모상은 소원을 들어주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은 스페인의 3대 순례지 중 하나다. 880년 동굴 안에서 어린이들에 의해 발견된 이 '검은성모상'은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 했지만 훼손될 위험이 있어 결국 이 위치에 성소건설도 진행하게 되어 이곳이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검은색으로 된 마리아와 아이의 얼굴과 손을 제하고는 모두 황금색으로 되어 있고, 마리아의 오른손에는 우주를 상징하는 구체가 들려 있다. 관광객들이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이 구체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서 염원을 한다고 한다. 나오는 길에는 소원양초를 켜는 데도 있는데 2.5유로라고 한다. 아쉽게도 검은성모상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성당의 정면벽면의 중간쯤에 있다.

검은성모상(뒷편 가운데) , 권대근 김민정 강정화 김한섭

 

   검은성모상은 흑인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아프리카의 흑인들이나 인디오들에게까지 카톨릭을 전파하고픈 마음에 만들어진 성모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어느 종교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따라주어야만 번성하는 종교가 되므로 검은성모상도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이것을 만든 사람들은 흑인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몬세라트 박물관(Museu de Montserrat)에는 1906년부터 보나벤투라 우바흐 신부(Fr. Bonaventura Ubach)가 수집한 근동(고대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의 고고학 자료가 많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후 기증을 통해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었다 한다. 나는 일행과 차를 마시며 즐기다가 몇몇 사람들과 몬세라트라고 글자가 새겨진 티를 몇 개 사기도 했다.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현재 이곳은 산악도로가 뚫려 차가 드나들 수 있다.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탔으나 내려올 때는 우리의 전세버스가 오기로 되어 있어 버스를 기다리며 아래로 펼쳐진 광경들을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잡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몇 번인가 구불구불한 산을 돌아서 버스는 산중턱을 벗어나고 있었고, 그렇게 평지를 향해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홍성훈아동분과회장 권남희수필분과회장 김호운이사장 김민정부이사장 강정화부이사장

 

김호운소설가 김민정시조시인 임수홍수필가 최춘수필가 김희재수필가 김성락시조시인

식당에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몬세라트 수도원

 

김민정

 

 

우뚝 솟은 인상석이 근엄해도 다정하다

 

한 바퀴 빙 돌아서 가만히 올려보니

 

아버지 이곳에 서서 나를 찾아 바라보네

 

 

흰옷을 벗어놓은 검은얼굴 마리아상

 

삶에 얹힌 고단함을 산자락에 부려놓고

 

저마다 한품을 열고 소원을 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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