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세계 속을 거닐다 6
한국문인협회 제28회 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 및 유럽 문학기행 다녀오다
김민정(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2023년 10월 28일. 카사블랑카에서 하루를 묵었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도시로 인구 375만명(2020년 기준) 정도라 한다. 1468년 파괴된 토착민 베르베르족의 마을에 1515년 포르투갈인들이 새 도시를 건설하고 ‘하얀 집’이라는 뜻의 카사블랑카로 명명했다. 1755년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18세기말 재건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상인들이 정착했으며, 프랑스인이 다른 유럽인보다 많아지면서 메종블랑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1907년 프랑스가 이곳을 점령했으며, 1912~56년 모로코 제1의 항구가 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3년에는 이곳에서 연합군의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대외무역의 대부분을 취급하고 모로코의 은행거래와 공업생산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제일의 휴양지이기도 하다. 임수홍 한국문학신문 발행인은 카사블랑카에서 술 한 잔 마시는 장면을 꼭 사진 찍고 싶었다고…. 그런데 이슬람국가인 모로코는 술이 금지된 국가라서 호텔에서도 술은 팔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워했다. 그 후 사진은 찍으셨는지 궁금하다.
이 곳은 <카사블랑카 Casablanca>라는 영화로 더욱 유명해지기도 한 곳이다. <카사블랑카>는 멜로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린다. 1942년 마이클 커티즈(Michael Curtiz)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아는 유명한 영화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스타 험프리 보가트가 릭 역으로 나오고, 잉그리드 버그만이 엘사 역으로 나온다. (처음 릭의 역할은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이 캐스팅될 뻔했다 무산되었다). 이 작품은 험프리 보가트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그의 캐릭터가 릭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영화〈카사블랑카>의 최초 기획은 워너브라더스 영화사가 〈모두가 릭의 가게로 온다>라는 희곡의 판권을 사들인 데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이국적인 카사블랑카라는 도시, 그곳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릭이라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영화적인 스토리가 별로 없었다.
이것을 하워드 코츠(Howard Koch)라는 작가가 본격적 시나리오 각색 작업으로 완성시켰다. 하워드 코츠는 감독인 마이클 커티즈, 주연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정해진 상태로 촬영을 시작하기 6주 전에 시나리오를 각색하기 시작했다. 촬영이 시작된 첫날 대본의 전반부 절반만 완성된 상태로 감독에게 넘겨졌고, 촬영하는 도중에 작가가 나머지를 완성해 그때그때 감독에게 대본을 넘겨주었기 때문에 주연배우조차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모른 채 촬영에 임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동에 위치한 프랑스령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2차 대전을 피하여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기항지로 붐비고 있다. 이곳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미국인 릭 브레인은 이런 와중에 카페를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번 유지다. 어느 날 밤, 반나치의 리더인 라즐로와 그의 아내 엘사가 릭의 술집으로 찾아온다. 이들 부부는 릭에게 여권을 부탁하러 왔는데, 엘사를 본 릭은 깜짝 놀란다.
파리 시절, 릭과 엘사는 잠깐 사랑을 나누던 사이였다. 둘이 함께 파리를 떠나기로 약속한 날, 엘사가 기차역에 나오지 않아 전쟁을 피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릭은 이유도 모른 채 바람을 맞았던 것이다.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배신감에 젖어 여자에게 관심 없고 냉소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던 그 앞에 엘사가 나타났고 잊혀졌던 불꽃이 엘사와 릭의 가슴을 뒤흔든다.
엘사는 총살당한 줄 알았던 남편 라즐로가 살아있다는 연락을 릭과 떠나기로 한 전날 밤 받게 되었고, 기차가 떠나기 직전 자신은 떠날 수 없으며 앞으로 사랑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메모로 릭에게 전했다.
릭은 과거의 이루지 못한 옛사랑을 위해 엘사를 붙잡아 두고픈 생각에 번민한다. 엘사는 남편을 떠나보내 계속적인 반나치 운동을 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은 이곳 카사블랑카의 릭 곁에 남겠다는 조건으로 릭에게 남편의 여권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사랑하는 아내 엘사를 안전하게 보내고 자신은 남겠다며 릭에게 아내 엘사의 여권을 부탁한다. 이러한 와중에 릭은 라즐로에게 엘사가 절실히 필요함을 알고 이 둘을 도울 결심을 한다.
비행기에 탑승 직전 릭은 라즐로와 엘사에게 함께 비행기로 떠나도록 말하며, 경찰서장에게 여권에다 라즐로 부부라고 기입하라고 협박한다. 남편을 보내고 자신은 약속대로 여기 남아 릭과 함께 하겠다는 엘사를 달래어 보내며, 릭은 파리에서의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릭은 사랑하는 여인이 탄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륙하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바라본다. 그리고 배신감에 젖어있던 마음에서 비로소 해방되어 자신의 의지로 그녀를 새롭게 사랑하는 법을 배운 진정한 신사의 모습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간다.
모로코에서 타고 다니던 버스 앞에서
(홍성훈 아동분과회장, 김민정 부이사장, 김호운 이사장)
한 때 <카사블랑카> 영화에 푹 빠져 자막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몇 번씩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었다. 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하던 장면의 파리 모습도 좋았지만, 마지막 이별 장면이 너무 멋져 ‘험프리 보가트’의 모습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던 영화다. <로마의 휴일> ‘그레고리 펙’의 모습과 함께.
그런데 이 영화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는 한 컷도 찍지 않았다는 말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인솔자로부터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모든 장면을 미국 내에서 찍은 영화란다. 당시 북아프리카에서는 ‘횃불 작전’이라는 전쟁이 벌어져 실제로 카사블랑카에서는 촬영을 하지 못했다 한다. 영화를 볼 당시는 카사블랑카란 곳에 무척 가 보고 싶었고 이번 여행에서도 이름만 듣고도 마음이 들떴었는데 허상이었다니! 이곳 카사블랑카에는 영화 이후, '릭의 카페'라는 곳을 만들어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지나며 우리는 ‘릭의 카페’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을 보았다. 지금껏 내 인생도 그렇게 허상을 좇으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가을바람 속에서 문득, 아주 잠깐 해 보았다.
모로코를 떠나며
김민정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색 평원 위로
철길과 고속도로 나란히 붙어 간다
미래를 향해가느라 발돋움하는 도시
면사포 휘날리듯 일렁이는 하얀 집들
카사블랑카 영화 장면 "릭의 카페" 스쳐간다
한마디 당신 눈동자에 건배,하던 그 배우도
세월은 모든 것을 데리고 떠나지만
사랑의 추억조차 희미해져 가겠지만
가을은 바람의 숨결로 나를 따라 오는구나
<하산 메스키다> 사원 앞에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우리는 일찍 카사블랑카를 출발하였기에 새벽 6시 이전에 ‘하산 메스키다 사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6시까지 불이 켜져 있다고 한다. 1992년 준공되어 아랍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큰 회교사원으로 내부에는 78개의 줄무늬 대리석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으며 사원 안에는 약 2만 5천 명, 옥외 광장에는 8만 명의 신도가 함께 예배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이슬람사원이며, 탑의 높이는 200미터에 이르고 이곳 메스키다 사원에 새겨진 독특한 문양들은 모로코의 장인들이 8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고 한다. 핫산 2세 재위 시절 국민 성금을 모아 1987년부터 8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하며 건물 지붕이 개폐된다고 한다. 우리는 불이 꺼지기 전에 사원의 외곽을 구경하고 사진을 몇 컷 찍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페리호를 타고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 탕헤르 항구를 향해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점심도 먹고 지중해가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또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들판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홍성훈(동시) 김민정(시조) 김호운(소설) 이명지(수필) 이경은(수필) 구순자(시) 박미경(수필)
지중해가 보이는 바닷가의 휴게소에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지중해가 보이는 바닷가의 휴게소에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우리는 에스테포나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곳은 스페인 남부 해안 지대로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안)이라 불린다. 말라가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타리파, 동쪽으로 코트릴까지 약300Km에 이르는 지역인데, 태양의 해안이라는 별명을 지닌 도시인 만큼 하늘이 맑고 공기도 좋았다. 바다와 산맥으로 둘러싼 자연환경으로 연중 325일 이상 햇빛이 드는 미기후라 한다. 때문에 에스테포나는 연중 내내 인기 있는 휴양지로 수많은 술집과 현대적 스포츠와 골프장도 많고 식당들도 많다고 한다. 모로코에서 하루에 10시간씩 버스를 많이 타기도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고 저녁늦게 도착하기도 하며 강행군을 했는데, 오늘은 조금 느긋했다. 지브럴터를 일찍 다녀온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숙소에 일찍 도착하고 다음 날도 9시가 넘어 출발한다고 하여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즐겼다. 공기도 맑고, 햇빛도 좋았고, 주변의 환경도 아름다웠으며, 특히 집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이곳은 주로 부자들의 별장들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북유럽사람들은 노후에 이곳에 와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후와 환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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