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세계 속을 거닐다(5)
한국문인협회 제28회 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 및 유럽 문학기행 다녀오다
글: 김민정(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 상임이사)
10월 25일은 아침에 심포지엄을 하고 세비야 대성당 관광 후 루이사 공원(스페인 광장)을 관람하고 곧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세비야의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었다.
2023년 10월 26일 오전에 우리는 아침을 먹고 아름다운 절벽 도시, 론다로 이동했다.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785년에 건설한 에스파냐(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 중 하나인 론다 투우장에서는 지금도 가끔씩 투우 경기가 열린다. 5000명이 함께 번에 들어가 관람할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협곡의 ‘누에보 다리’를 관광했다.
론다의 누에보 다리는 120m 높이의 타호 협곡에 세워진 론다의 구시가와 신시가를 이어 주는 다리로, 론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라고 한다. 협곡 아래 과달레빈강이 흘러 옛날부터 두 지역의 소통이 어려웠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한 3개의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아라곤 지역의 천재 건축가였던 마르틴 데 알데우엘라가 40여 년 동안 공을 들여 1793년 완성했는데, 3개의 다리 중 가능 늦게 완공이 되어 ‘누에보(새로운)’ 다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한다.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이곳에서 포로들을 떨어뜨려 죽였고, 다리 중간 아치에 있는 공간은 감옥으로 사용했었다는 슬픈 역사도 지니고 있다. 현재는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라고 한다. 아찔한 절벽 위에는 카사블랑카를 연상하게 하는 하얀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지어져 있는 듯 했다. 누에보 다리 관람 후에 우리는 점심을 먹고, 그 곁의 투우장은 외관만 보고 지브럴터를 향해 갔다. 지브럴터를 보고 모로코를 가기 위해 타라파 항구까지 갔던 것이다.
120m 절벽에 세워진 누에보 다리
누에보 다리가 있는 곳의 절벽, 관광객들이 위에서 120m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누에보 다리 아래 타원형 터널 모습
우리는 누에보 다리를 구경하고 끼리끼리 모여 커피를 파는 곳에 모여 커피도 마셨다.
100% 블랙커피집 바깥 탁자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2023년 10월 27일 호텔조식 후 우리는 모로코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페즈로 이동했다.(4시간 30분 소요). 이날은 페즈왕궁을 구경하고, 구시가지 메디나로 가서 전통시장 관광, 가죽 천연염색공장 관광 후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로 이동(2시간 30분 소요) 라바트왕궁(외관), 모하메드 5세 왕릉(외관), 그리고 카사블랑카로 이동(1시간 30분 소요)하여 석식 및 호텔투숙을 할 예정이었다.
모로코의 주요도시 중 가장 오래된 중북부 산기슭의 중세도시 페즈는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고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인구 50만 정도의 도시이고, 페즈 메디나(Medina of Fez)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벽으로 둘러싸인 구도심으로 대학, 전통시장과 레스토랑 등이 있는 곳이다. 흙벽돌로 쌓은 성곽 안에 위치한 구시가지(메디나)의 알 바리(Fez-El-Bali) 지구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페즈만의 이국적인 풍경과 다채로운 문화를 만나는데, 여기서 제일 유명한 것은 가죽 천연염색 공장인 테너리라고 한다.
이곳에서의 요리는 모로코식 샐러드였는데, 쿠스쿠스라 한다. 우리가 점심으로 먹은 것은 양고기를 곁들인 쿠스쿠스였다. 특별이 맛있다고 느끼지는 않았고 그냥 먹을만은 했다. 점심을 먹은 집은 건물을 지은 지 100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알함브라궁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랍의 특징이 나타나는 아름다운 문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홀에는 무대도 있어 우리는 박미경 수필가와 정서현 인솔책임자의 멋진 노래도 들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로코 페즈에서의 양고기를 곁들인 쿠스쿠스 점심 식사
페즈 왕궁(Royal Palace of Fez)은 1276년 마리니드 왕조의 왕실 성채를 기초로 지어진 모로코 왕의 왕궁, 지금은 모하메드 6세 왕이 산다고 한다. 우리는 정문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모하메드 6세는 굉장히 개혁적인 왕이다. 모하메드 6세가 왕좌에 오른 직후, 그는 텔레비전으로 그의 나라에 연설하며 가난과 부패를 말소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모로코의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무다와나’라 불리는 여성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새로운 가족 제도를 만들었다. 그 법은 2004년 2월 발효되었다. 2011년 7월 1일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시민, 사회적 권리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1996년 헌법에서는 정치적 평등만이 보장되었다. 다른 여러 가지도 개혁하고 4명까지 둘 수 있던 아내도 한 명하고만 하겠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역사적으로 내부 갈등의 핵심이던 베르베르(아마진)에 대한 유화책, 여성권리, 이슬람 극단주의 경계. 대외적으로는 전통의 적국인 스페인과의 화해, 알제리와의 화해제안 등의 대외정책으로 프랑스에 의존하는 부분을 줄임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모로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왕실이 모로코 발전에 이바지한 바도 크고, 왕실의 부패 문제가 있긴 하지만 왕이 존재함으로써 다른 정치인들의 부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아내인 랄라 살마와 나이 차가 15살이나 되는데 2001년에 결혼했다. 결혼 당시 짐은 오로지 랄라만을 아내로 맞이한다고 알라에게 선서했기에 지금도 아내는 랄라 살마 하나뿐이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된 모로코 왕실에서 특이한 경우인데, 선왕인 하산 2세는 아내가 2명이었다. 화려한 미모로 인기 있던 왕비 랄라 살마가 2017년 12월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언론에서는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모처럼 개혁적인 발전을 가져온 모로코 왕인데 끝까지 금실이 더 좋았다면 존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아쉬움과 모로코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페즈 왕궁 앞에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모로코 구시가지는 8-9세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좁은 골목이었데, 최고의 미로의 길이다. 여기저기로 갈라진 골목이 많아 길 잃기 아주 쉬운 곳이었다. 우리의 안내자는 이 곳에서 길 잃으면 집에 갈 수 없다는 말로 위험한 골목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여러 번 하여 앞 사람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도 회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낯선 풍경들을 찍기에 바빴다. 가죽으로 만든 슬리퍼들도 색색별로 팔고 있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또 여러 가지 다양한 전통물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300개의 사원과 300개의 빵집이 있다고 한다. 골목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물건을 사라고 따라오면서 권한다. 골목을 벗어나 조금 넓은 공터로 나오니 아이들이 모여 축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문양과 색상의 슬리퍼들
가죽 천연염색 공장
가죽 천연염색 공장의 맞은 편 옥상에서
다음으로 우리가 간 곳은 가죽 천연염색공장이었다. 건너편 건물에 가서 그 공장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곳 옥상쯤에 올라가 공장의 모습을 보면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관광객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죽냄새와 염색연료 냄새가 심해 건물 입구에서 허브같은 식물을 주면서 코를 막으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식물로 코를 막고 갔으나 나는 코를 안 막았는데도 그렇게 냄새가 심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가죽가방 및 방석들
내려오는 길에는 그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그곳은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예쁜 가방들, 다양한 색상의 신발들, 그 외 가죽으로 만든 장신구들과 다양한 옷들도 있어 사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나는 구경만 하고 내려왔다. 800년 이상을
변함없이 내려오고 있는 그들의 우직한 전통 생활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앞으로 언제까지 이 방식은 이어질까 궁금해지기도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페즈 관광을 끝내고 우리는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로 이동(2시간 30분 소요)했다. 우리는 라바트왕궁(외관)을 구경하고 모하메드 5세 왕릉을 보러 갔다. 외관만 구경할 계획이었으나 문이 열렸다고 하여 내부도 구경했다. 그곳에는 하산2세의 화려한 관이 놓여 있었다. 사진을 찍고 왕릉 밖에서도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인간은 저렇게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 욕망의 표현일 것이다. 물론 사후에 그의 영혼이 있어 그것을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우리는 카사블랑카로 이동(1시간 30분 소요)하여 석식 및 호텔투숙을 했다.
왕릉 건물 앞 광장
왕릉 건물 앞에서 경비병과 함께
아프리카, 아!
김민정
가난한 백성들과 알라신의 종교 위에
모로코를 품었으니 아직은 안녕하다
이 땅을 탐내는 자들 검은 손을 거두어라
지중해 물결 따라 더운 피로 자라나는
천진한 아이들의 오늘치 꿈 만큼씩
우리가 남겨야 할 게 무언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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