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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등단 이야기> 시조문학 창간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 장원 등단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3. 7. 30.

<나의 등단 이야기>

시조문학 창간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 장원

 

김민정(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문학박사)

 

나는 19854<시조문학 창간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에서 예송리 해변에서라는 작품으로 장원 등단하여 단 1회로 등단하였는데, 시상식에 참석하고나서야 공동 장원임을 알았다. 공동 수상을 한 사람은 얼마 전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을 역임했던 강인순 시조시인이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중학교시절 오빠가 사준 동화전집과 한국문학전집과 세계문학전집 등에서 동화와 소설 등을 많이 읽었고, 시도 많이 읽었다. 상고를 다니면서도 늘 소설책이나 시집을 손에 들고 다녔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말 겨울방학 때 짝사랑이라는 자유시를 써서 중앙일보 주간지 독자란에 단 한 번 투고했는데, 그것이 실려 군인들로부터 팬레터를 무척 많이 받아보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인문계 고등학교 다니는 친구 4명과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던 나까지 5명이 모여 문학서클을 만들고 글을 모아 타자로 쳐서 글샘이라는 것을 묶어 내기도 하였다. 3이 되면서 인문계 친구들은 입시공부 하느라 모두 바빴고, 나도 일찍 취직을 하게 되어 그 모임이 자연스럽게 무산되었다.

시조를 쓰게 된 계기는, 1981년 중앙일보와 여성중앙의 독자란에 시조독자란을 만들어 투고를 받았는데, 여성중앙4월호에 봄비라는 시조라곤 처음 써 본 작품인데 박경용 선생님의 호평과 함께 제일 처음에 실리게 되어 무척 기뻤다. 또한 이것이 자극이 되어 그 동안 대학진학을 하고 싶었지만, 학비도 댈 자신도 없고 입시공부할 자신도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국문과에 입학하여 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강한 의욕이 생기고 용기도 생겼다. 4월 달에 결심하고 하던 일을 정리하고 51일부터 낮에는 종합반을 다니고, 새벽에는 영어단과반 저녁에는 수학단과반을 다니면서 하루종일 공부에 매달렸다. 수학과 영어는 기초가 없어 따라가기 어려워서 다른 암기과목 만점을 목표로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이어졌고, 그 해 12월 수능시험을 보고,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동시에 지원했다. 지원은 2군데 할 수 있었지만, 면접은 같은 날 보기 때문에 한 학교밖에 선택할 수가 없었다. 학교로 보면 성균관대학교가 훨씬 나았지만, 동국대학교는 훌륭한 문인선배들이 많아 매력이 있었다. 경쟁비율은 두 학교 비슷했다. 두 학교를 놓고 고민하다가 면접보는 날 나는 집에서 가까운 성균관대학교를 택하기로 했다. 대학시절에는 <행문회>라는 문학동아리에서 자유시를 약간 쓰기도 했다.

1985년 대학 4학년 때 <시조문학 창간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이라는 곳에 응모했던 것이다. 시조를 쓰기 시작한 지 5년째 되는 해였다. 대학은사님인 김구용교수님께 이 소식을 전했더니 시조문학이 시조에만 국환된 너무 폭이 좁은 잡지라고 생각하셨는지, 얼른 정본견 선생님께 편지를 한 통 써 주시면서 현대시학에 정완영 선생님의 추천으로 등단을 시키도록 부탁하셨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나를 부르시더니 전봉건 선생님께 직접 전해드리라며 편지를 건네주시는 것이었다.

김구용 선생님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분이시고 대쪽같은 선비 타입이라 좀처럼 그런 편지를 쓰지 않고 또 제자들을 함부로 등단시키지도 않는 까다로운 분으로 알고 있었기에 아예 등단부탁도 드리지 않았는데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동안 나의 시조를 지켜보시고, 인정하시고, 나를 무척 아껴주신 것 같아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굴러온 복인데도 나는 사양했다. 한 번만 등단하면 됐지, 두 번 세 번 등단하는 것은 등단을 시켜준 시조문학사에 대한, 심사를 해 주신 심사위원 다섯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결국 그 편지를 전하지 않았다. 나의 말씀을 들으시고 구용 선생님은 고개만 끄덕이시더니 더 이상 채근하지 않으셨다. 지금도 그 편지를, 아니 김구용 은사님이 내게 주신 그 고마운 마음을 무척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아래에 그 편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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