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김민정(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팔팔대로 달려가다/ 여의도에 접어들면//
가로등 꼭대기에/ 갈매기떼 즐비하다//
양날개 살풋, 펴들고 온 서울을 품고 있다
- 졸시조, 「여의도 솟대」 전문
목동 예술인센터에 있는 한국문인협회 임원회의와 이사회를 끝내고 집으로 갈 때면
차창 거울을 통해 보이는 노을진 서녘하늘과 가로등이 참 멋있다. 가로등은 마치 갈매기가 날개를 펴고 날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만큼 새의 형상을 많이 닮아있다.
나는 이 길을 일 년에 몇 번씩 4년간을 다녔다. 정식 이사회는 일 년에 네 번이지만 임시 임원회의도 있고, 때로는 심사도 있고, 그 외 일들이 있어 수시로 다니다 보니, 이 길이 익숙하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정든 길이 되었다.
어쩌다 나는 문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일까? 어린 시절 강원도 산골에서 자라면서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책을 참 많이 읽었다. 6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와서 중학교시절에는 국내외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 상업고등학교 시절에도 시집과 소설을 끼고 다니며 읽었고, 고2 때는 인문계 친구들과 함께 문학모임인 ‘다운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1981년 《여성중앙》 시조 독자란에 ‘봄비’라는 시조를 별 퇴고도 없이 보내게 되었는데, 박경용 선생님의 호평을 받으며 실려 그때부터 시조창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해 대학에 가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겨 나는 만학을 하게 되었고,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1985년 4월에 등단했지만 학교선생으로 재직하느라 작품을 제대로 못 쓰다가 등단 13년 만에 첫 시조집을 내게 되었다. 모두들 “절필 한 줄 알았다.”며 반가와 해 주고 축하해 주셨다. 그 후 지금껏 개인시조집 11권, 엮음시조집 5권, 수필집 1권, 평설집 2권, 논문집 2권까지 21권의 저서도 내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제27대 시조분과 회장을 이광복 이사장님의 권유로 출마하게 되었고, 시조분과 회장으로 선출되어 4년 동안 영문번역시조집 『해돋이』, 스페인번역시조집 『시조, 꽃 피다』, 영어·아랍어번역시조집 『시조 축제』 등 3권을 발간하여 시조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였다. 외국에 있는 문학창의도시, 국제펜회원국 중에서 중요한 곳을 골라서 보냈고, 또 미의회도서관 등 유명도서관, 그리고 국내의 대사관, 영사관 등에도 보내어 한국의 전통적인 정형시인 시조를 널리 알리려 노력한 결과 많은 국가에서 시조를 알게 되었다. 많은 대사관에서 답장을 주었으며, 쿠웨이트대사관 등에서는 만찬에 초청하여 시조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기도 했다. 또 남미국가들에게도 퍼져서 멕시코의 유명잡지 등에도 시조가 실리게도 되었다. 베트남의 레당환 박사는 시조에 관심을 갖고 나의 시조집 『꽃, 그 순간』을 베트남어로 번역 발간하여 베트남 국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시조의 번역붐이 일어 많은 개인시조집들을 번역하기에 이르기도 했고, 시조가 독일어·프랑스어로도 번역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한 번역 작업을 계속하여 시조를 해외에 널리 알림으로써 노벨문학상을 바라보도록 할 생각이다.
또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단시조』와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연시조』 2권을 발간하여 교과서에 시조가 많이 실리기를 바라는 작업을 하였다.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는 책들을 정부기관이나 교육부, 교육청, 학교, 출판사 등에 계속 보낼 예정이다. 시조를 널리 알리고, 시조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그 책들을 오디오북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나를 믿고 선출해 준 문인들께 보답하는 길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인들이 작품에 대한 창작의욕을 갖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해 주는 일들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는 오늘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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