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문학상 심사평
김민정(대표집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문학박사)
시조는 형식과 내용을 함께 아우르는 정형시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아무리 신선하다고 하더라도 형식을 무시하면 시조라고 할 수가 없다. ‘초장 3/4/3/4// 중장 3/4/3/4// 종장 3/5/4/3’의 글자 수를 맞추어야 한다. 간혹 한 두 글자가 어긋나도 허용되지만 종장의 첫 3글자는 꼭 지켜져야 한다. 헌데 이런 형식조차 모르고 응모한 작품이 많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몇 분은 작품은 좋았는데 한 편이 아닌 다수를 응모하는 바람에 탈락되어 많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시조로 응모하시는 분은 형식과 내용 둘 다 갖추어야 하는 문학이라는 점을 꼭 염두에 두시면 좋을 듯하다.
시조 「도요(陶窯)」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작품이라 심사위원 둘 다 최고점수를 주었다. ‘도요(陶窯)’는 도기를 굽는 가마를 말한다. 다른 응모작품에 비해 노련한 솜씨를 보여주었고, 그 도요 속에서 뜨거운 불로 구워내야 비로소 도자는 도자기로서의 구실을 하게 된다. 그렇게 아름답게 구워내진 것이 고려청자요, 조선백자인 것이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곳이 바로 도요인 곳이다. 옛날 도공들은 애써 빚은 도자가 흠 없이, 부정탐이 없이 잘 만들어 훌륭한 도자기가 되기를 불을 지피면서 얼마나 염원했을까?
도요에서의 도자기가 빚어지는 과정의 발원과 아름답게 학문양의 붓질을 끝낸 도자를 불길 속에서 구워내는 출산의 진통과 고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하나의 예술품이 이루어지기 위한 인내와 정성과 노력을 보여주고, 그렇게 ‘살과 뼈 타고 또 타도 그늘 없는 빛둥지’로 태어나는 아름다움 예술품인 도자를 또한 찬양하고 있다. 이것은 고려나 조선시대의 지나간 전통이 아닌 현대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인 것이며, 하나의 예술품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힘겹게 태어남을 보여주려 한 주제의식 또한 높이 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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