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모상철문학상 당선작>
사막에서
-페루 와카치나
임만규
참으로 멀리 왔다 그래도 가야한다
눈앞이 황량하니 나도 곧 사막 되나
세상은 열려있어도 길 찾기는 어렵다.
욕망은 신기루라 꿈처럼 뒤척이고
먼 길을 걸어가면 추억도 짐이 되나
가슴이 너무 기름져 발걸음이 무겁다.
여기서 실종되면 세상은 끝이 난다
마음을 열어야지 모래에 갇히려나
버리고 모두 버리고 가족 찾아 걷는다.
모상철문학상 심사평
김민정((사)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문학박사)
이번에 모상철문학상이 신설되고 제1회 공모가 있어 꽤 많은 분들이 응모를 했다. 최종까지 올라온 3편은 임만규시인의 「사막에서-페루 와카치나」와 최은희시인의 「세스랑게의 집짓기」와, 안해나시인의 「칸타빌레의 봄」이었다. 모두 참신성이 있고 짜임새도 좋았다. 그러나 한 편만 뽑아야했기에 임만규시인의 「사막에서-페루 와카치나」를 심사위원(김흥열시인, 이석규시인, 김민정시인) 만장일치로 뽑았다.
이 작품은 인생을 사막에 비유하고 있으며,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부제로 페루 와카치나를 쓰고 있으나 사막 속에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인 와카치나의 풍경묘사 등은 작품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곳 사막을 여행하며 쓴 작품이리라 여겨지며 부제와는 상관없이 인생을 사막에 비유한 내용만이 전개된다.
첫 수에서는 ‘참으로 멀리 왔다 그래도 가야한다’는 표현에서 생을 살아온 날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더 살아가야하는 생,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인심은 점점 야뱍해지니 눈앞은 황량하고 화자 자신도 곧 사막이 될 것 같다는, 세상은 열려 있어도 길 찾기는 쉽지 않다는 표현이 이 글을 읽는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둘째 수에는 ‘욕망은 신기루라 꿈처럼 뒤척이고’란 표현 속에는 놓지 못한 욕망은 아직도 신기루로 꿈틀대고 많은 추억은 오히려 짐이 되는 나이, 가슴에는 버리지 못한 것들로 기름지고 비대해 있어 발걸음조차 무겁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버려야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욕심이 많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셋째 수에 오면 화자는 자각하게 된다. 헛된 욕망으로 멀리 가면 자아를 잃게 되고, 결국은 모래 속에 묻히게 됨을, 그래서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한 욕망을 줄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 그들을 찾아 걷는다는 것이다. 끝까지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아끼고 보살펴 줄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좋은 시조작품이란 첫째는 정형시인만큼 운율이 율격에 잘 맞아 부자연스러운 곳이 없어야 한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율격이 맞지 않거나 어색하면 실격이 된다. 가락이 자연스럽고, 내용에는 작가의 세계관, 인생관, 자아관 등이 뚜렷하게 녹아있어야 한다. 미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든, 생의 고달픔을 노래하든 하나의 사물을 보는 시인의 철학적 안목이 깊이 내재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임삼규시인의 작품은 형식과 내용을 잘 갖춘 작품으로 여겨져, 제1회 모상철문학상으로 당선됨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앞으로 더욱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주시리라 임만규시인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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