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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논문.평설

짙은 역사의식과 서정성 <월간문학 신인상 심사평>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0. 1. 31.

안개

 

                                  김귀자

 

골안개 야금야금 앞산 솔숲 다 먹고

숲정이 산허리를 감고 앉은 욕심쟁이

실없이 해죽거리며 우리 집도 먹었다

 

실곡목 살피꽃밭

꽃송이도 희미한데

다랑이 남새밭을

마구 밟아 뭉개 놓고

 

갯버들

징검다리에

냇물마저 먹었다

 

 

 

상하이 슬픈 춤사위

 

                                 한설봉

 

누워도 가시방석 눈 뜨면 이역만리

목숨을 사냥하는 악마의 추격 속에

못 잊을 집념의 투쟁 꼭 내 나라 찾으리

 

집 잃고 나라 뺏긴 천만리 유랑의 길

동토에 타향살이 얼마나 아팠을까

눈물 속 아리랑고개 춤사위가 슬펐지

 

설중매 향기 따라 탐매(探梅)길 상하이 행

동백꽃 거리마다 핏빛이 낭자해서

상하이 트위스트춤 차마 출 수 없었네

 

*3.1운동 및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상해 방문길에서.

 

 

<월간문학 신인상 심사평>

 

짙은 역사의식과 서정성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김귀자의 「안개」라는 작품에선 시골 마을에 안개가 덮이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안개는 앞산만 먹은 게 아니라 ‘우리집, 실골목, 살피꽃밭, 다랑이 남새밭, 갯버들, 징검다리, 냇물’마저 흐리게 하고 다 먹어 치우는 모습이다. 화자는 마을이 잘 보이는 위치에서 마을 시작부터 마을 끝까지 안개가 덮이는 모습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원근법을 사용하여 안개가 주는 서정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설봉의 「상하이 슬픈 춤사위」 작품에는 역사의식이 들어 있다. ‘누워도 가시방석 눈 뜨면 이역만리’라는 표현 속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본의 감시 속에 힘들게 투쟁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상하이 하면 떠오르던 우리의 임시정부와 애국지사들 모습이 떠올라 조금 애잔한 지명地名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상하이트위스트라는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상하이모습을 떠올리고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한설봉시인님의 작품은 역사의식이 돋보였고, 김귀자시인님은 작품은 서정성이 돋보였다. 두 분의 신인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시조계를 환하게 빛내주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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