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쟁점>
시조의 지향점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시조문학계의 문제점을 살펴보려 한다. 시조는 고려 중엽부터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즉 천 년의 시간을 흐르며 우리민족의 정서에 가장 적합하여 지금까지 창작되고 있는 정형시 형식의 전통문학이다. 현재에도 활발하게 창작되고 있는 시조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그 지향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단시조를 시조문학상에서 제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현대에 창작되고 있는 단시조, 연시조, 사설시조 중에서 단시조는 시조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근래 들어 양장시조, 단장시조라 하여 시조의 삼장 중 두 개의 장, 또는 하나의 장으로만 쓰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지만 논외로 둔다.) 순간의 감정을 진솔하게 노래하는 단시조는 정서 중 절정의 한 순간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이며, 언단의장(言短意長)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3장 6구 12음보의 짧은 글이지만, 그 의미만은 얼마든지 길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단시조의 진정한 매력이 있다. 자기의 감정을 잘 표현한 정몽주의 「단심가」, 이방원의 「하여가」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에」, 홍랑의 「묏버들 가려 꺾어」 등 우리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시조들은 3장의 짧은 내용이지만 그 의미를 누가 짧다고 하겠는가. 짧은 3장의 문장 속에 한 나라의 멸망이나 건국이 달려 있고, 인생을 좌지우지한 진실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고, 길지 않고,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짧아서 외우기 쉬워 널리 구전되었으며 많은 이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밖에 없는 명시가 된 것이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점점 간편한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에게 있어 짧은 시가 선호될 수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단시조는 그만큼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대중에게 접근하기 쉽고, 짓기 쉽고,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학이 바로 시조인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에 잘 맞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우리민족과 함께 했다는 우리의 전통시라는 이유 외에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조는 쉽게 국민문학이 될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하이꾸처럼 외국에도 우리의 시조를 널리 알리고 싶다면 단시조의 창작이 많아야 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하게 하려면 연시조나 사설시조보다는 단시조가 좋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렇게 좋은 단시조가 창작에서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단시조를 문학상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려한 등단인 신춘문예도 그렇고, 일반잡지의 등단에서도 마찬가지고, 그 외 문학상에서도 단시조가 상을 많이 받아야 사람들이 단시조를 선호하고 창작도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
시조가 단순히 시조시인들만이 이해하고 즐기는 좁은 공간의 작품이 아니라 문학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 더 나아가 온 국민들이 좋아하여 읽고, 쓰고, 짓는 진정한 국민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단시조의 위상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문학상에서 단시조라고 제외시키지 말고, 좋은 단시조를 찾아내어 상을 많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단시조 작품들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고, 단시조가 시조의 본령으로 현대시조 창작에서 당당하게 자리잡아갈 수 있을 것이며, 시조가 우리의 민족시로, 국민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 시조의 세계화, 국제화에 힘써야 한다
세계에서 과학적으로 가장 우수한 글자인 한글을 가졌다는 한국, 자기나라말로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세계의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이다. 한국의 문인들은 모두 우리말인 한글과 한국어로 자유롭게 시를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것에 크게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근대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통해 참으로 많은 문학적 소재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없는 국가이다. 물론 문학상도 국력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문인들은 우리의 문학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유시보다는 우리의 전통시인 시조가 한국의 시문학으로 노벨문학상에 도전해 보기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조가 우리고유의 전통시가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우리의 문학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소수일 것이며, 그것에 기대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좋은 작품을 가려내어 번역을 하여 시조를 세계에 알리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번역하고 출판하는 것도 좋지만 번역비용과 출판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면에서도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 차원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어, 프랑스어 등의 여러 나라어로 번역되도록 지원하고, 출판된 후에도 외국에 널리 소개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속적으로 지원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3. 각종 문학상에서 시조작품 비율을 높여야 한다
지금 현대시조를 창작하는 시조시인들은 단체에 등록된 시인들만도 2,000명이 넘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각종 국가적인 지원이나 문학상에서 시조가 받는 비율은 10%미만이다. 적어도 시조에 대한 지원이 20-30%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이다. 앞으로 문단에서도, 그리고 국가의 재원지원 등에서도 전통시인 시조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지원이 좀 더 많아져야하며, 문학상에서도 그 비율을 높여 주어야 한다.
4. 교과서에서 시조작품 게재비율을 높여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시조시를 우리의 오랜 전통시로 인정하고 그것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출판사에서도 시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과서에 시조작품 게재 비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현재는 자유시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다. 시조단체에서 각 출판사에다 현대시조작품에 대한 홍보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시조시인 개개인은 더욱 질 높은 시조작품을 창작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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