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싣고 신세계를 여는 열정 표현
- 현대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 2014. 01. 12 14:18 입력
해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서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중략>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강원도 동해 소재 묵호등대 해양문화공간에 마련된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비. 필자 제공 |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소년(少年)’ 창간호에 권두시로 발표된 작품으로 현대시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서구의 자유시 영향을 받아 쓴 최초의 신체시(新體詩)이며 4.4조의 시가 형태에서 벗어나 7.5조로 된 작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908년 ‘소년(少年)’이 발간된 날인 11월 1일을 ‘잡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소년(少年)’은 국판 150면 정도의 잡지였으며, 발행처는 신문관이다. 발행인은 형 최창선으로 돼 있지만 당시 18세 소년 최남선(1890~1957)이 거의 모든 것을 혼자 쓰고 편집했다. 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종합잡지의 효시였다.
‘소년(少年)’에 실린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전 6연으로 돼 있다. 1~5연은 바다의 웅대함을, 6연은 ‘소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담고 있다. 당시는 밀려오던 서구의 새롭고 발전된 사상과 문물을 받아들여 우리나라를 문명국가로 만들자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던 시기였다. 이에 최남선도 개화의 시대에 젊음이 넘치는 청소년들이 먼저 낡은 것에서 벗어나 개화의 주역이 되기를 바라며 이 시를 썼다.
바다를 의인화해 소년과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여기의 바다는 문명을 개화해 진출할 새로운 세계다. 이런 바다가 누구보다도 순결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소년만을 사랑한다며, 바다로 와 안기라고 말한다. 이것은 담대하고 순수한 열정을 지닌 소년만이 새로운 세계로 진출해 새로움을 창조할 힘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최남선의 호는 육당이다. 189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06년 와세다대학 고등사범 지리역사학과에 입학했다. 18세의 나이로 출판기관인 신문관을 창설하고, 장래 역사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을 깨우칠 목적으로 ‘소년’ ‘붉은 저고리’ ‘아이들 보이’ ‘샛별’ ‘청춘’ 등의 잡지를 간행했다. 1919년 3.1만세운동 때는 ‘독립선언문’을 작성하기도 했고, 한반도를 호랑이에 비유한 최초의 지도를 고안하기도 했다. 1908년부터 1919년까지 최남선·이광수 2인 문단시대를 열어갔다.
그는 비록 일제시대 말기에 학병 권유 등의 친일행위로 전반기 민족주의자로서의 활동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문학·문화·언론 등 다방면에 걸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김민정 시조시인·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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