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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논문.평설

자기반성과 현실풍자의 시 - 김선영의 『참회하는 맹꽁이』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2. 8. 8.

자기반성과 현실풍자의 시

- 김선영의 『참회하는 맹꽁이』-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김선영의 『참회하는 맹꽁이』라는 시조집은 작년 8월 강원문인협회의 ‘강원문학상 심사’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서 처음으로 보았다. 먼저 아는 시인의 시조집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앞섰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동안 작품을 안 쓰시더니 퇴직하고 나서 참 부지런히 작품을 쓰고 계시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단시조집을 훑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것은 한 마디로 풍자성이었다. 아니 시집 제목에서부터 풍자성이 느껴진다고 느꼈다.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은 시조집이 두 권이고, 자유시가 네 권이었는데 나로선 시조집에 최고점수를 주었지만, 결국 자유시가 대상을 탔다. 나 외에는 모두 자유시인들이 심사위원들이셨다. 아는 시인의 작품집이라 심사에 오른 작품 중에서 제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읽어보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던 것처럼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한 풍자와 생활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현실비판의식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이 제목에서처럼 드러나기도 한다. 작품 「참회하는 맹꽁이」를 보면,

 

 

강물 빛이 하도 고와

돌멩이를 던졌더니

 

하늘에 금이 갔다

산허리가 부러졌다

 

고기떼 분을 못 이겨

팔딱 팔딱 뛰고 있다.

-「참회하는 맹꽁이」전문 -

 

 

고 표현하고 있다. 강물에 돌을 던지면 그 강물에 드리워진 하늘과 산이 흔들리고, 그 속의 고기들은 놀라서 뛰었을 것이다. 그것을 보며 시인은 참회를 한다.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강물빛이 고와서 무심이 던진 돌에 하늘은 금이 가고, 산허리는 부러지고, 고기떼는 놀라 분에 못 이겨 팔딱 팔딱 뛰고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장난으로 하는 사소한 일이 큰일을 불러온 경우를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돌을 던지는 사람은 심심하여 돌을 던지지만 그것을 맞는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마음이 담긴 작품은 위 작품 외에도 많이 눈에 띈다. 인간에 대해서도, 사물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마음과 풍자하는 마음은 계속 나타난다.

 

 

비뚤비뚤 날아가는 소금쟁이 한 마리

 

가만히 바라보니

날개가 찢어졌다

 

미안타

내 어린 시절

그대 날개 찢은 것이.

-「미안하다」전문 -

 

 

  작품도 현실 인식에서 과거 행위의 잘못됨을 반성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리석은 욕망으로 어리석은 짓을 참으로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모든 순간을 100% 현명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어린 날 우리가 재미로 했던 일들이 한 생명을 죽일 수도 있었고, 위 작품에서처럼 한 생명을 불구로 만들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면서 이 세상 모든 생명은 모두가 소중하며, 풀 한 포기, 소금쟁이 한 마리도 모두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는 걸 시인은 비로소 깨닫고 과거의 행위를 미안해하며 사과하고 있다. 비로소 생명존중을 깨닫고, 하찮은 생물에게도 사과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겸손함, 겸허함이 나타난다.

 

 

고향 떠난 사람만 실향민이 아니라

 

황금으로 칠갑해도

마음은 둥둥 떠서

 

오늘도

돌아갈 곳 없는

개구리밥 신세여.

-「실향민」전문 -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고향에 산다고 하여도 마음이 정착을 못하고 안주하지 못하며 떠돌고 있다면 그것은 실향민이다. 처소적 고향이 아니라 정신적 고향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슬픈 존재들이다. 위 시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인간은 처소적 고향에 속한다해도, 어떠한 집단에 속한다해도 그곳에 마음을 정착하지 못한다면 외로울 수 밖에 없는, 떠도는 섬일 수밖에 없는, 개구리밥 신세일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아니 외로움을 지닌 모든 인간은 영원한 실향민인지도 모른다. 영원히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그리워하는….

 

 

  김선영 시인의 시조집 『참회하는 맹꽁이』는 자신의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과 현실비판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풍자성이 짙은 시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작품집이다. 독자 시인들의 삶의 모습도 뒤돌아볼 수 계기가 되도록 시인들의 일독을 권해 본다. (나래시조, 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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