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민정 논문.평설

시 속에 등장하는 철도문학<2011. 09. 07 학술포럼 원고>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9. 14.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철도와 문학' 학술포럼"      

  

철도와 문학 학술포럼      사진: 뉴시스, 서재훈기자 

 

 

 

   詩 속에 등장하는 철도문학


                                                           宇玄 김민정


1. 한국철도시(詩)의 시작


     한국 철도시를 살펴보면 1908년 최남선(崔南善)이 지은 창가 「경부철도가」가 최초로 보인다. 장편

기행체의 창가로, 원제목은 <경부聊도노래>이며 신문관(新文館)에서 단행본으로 발행하였다. 이 창가

는 경부선의 시작인 남대문역에서부터 종착역인 부산까지 연변의 여러 역을 차례로 열거하면서 그에 곁

들여 풍물 ․ 인정 ․ 사실들을 서술한 67절, 각 절 4행, 총 268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 소리에/ 남대문을 등지고 (서울역=경성역)떠나 나가서/

     빨리 부는 바람 같은 형세니/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

 

     늙은이와 젊은이 섞여 앉았고/ 우리네와 외국인 같이 탔으나/ 

     내외 친소(親疎) 다같이 익히 지내니/ 조그마한 딴 세상 절로 이루었네//

                                                      -경부철도가 1절과 2절


     이 작품은 문호 개방, 세계인류 평등사상, 모두가 거리감 없고, 세대차이도 없는 개화된 새로운 사상,

개화문명을 찬양하는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성격을 담고 있다. 또한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철도가'

에서 영향을 받아 스코틀랜드 민요 'Coming through the Rye(밀밭에서)'의 곡조가 붙어 있다.

     철도는 봉건시대의 굴레를 벗겨내는 촉매가 됐고 전국을 단일한 경제권과 의사소통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1933년에 발표된 김기림의 ‘심장 없는 기차’에서는 ‘우리들은 지난 밤도 마을에서 십리

나 되는 정거장에서 떠나가는 이, 남아 있는 이, 슬픈 "잘 가오"와 "잘 있오"를 몇 번이고 불렀다오. 기차

가 어둠을 뚫고 북으로 뛰어간 뒤에는 검은 철길이 우루루 울었오’라고 국경을 넘는 민중들의 모습을

그렸다. 조선철도는 문명의 이기가 아닌 침략과 지배, 수탈과 분열, 탄압과 차별이라는 식민지의 모순

을 실어 나르는 슬픈 기관이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1)

     위의 두 사람의 작품에서 보듯이 철도의 긍정적인 면을 노래한 작품도 있지만, 부정적면을 노래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문학사적으로 볼 때 철도에 대한 긍정적인 작품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부정

적인 것도 보존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우리철도가 거쳐 온 과정이며, 삶의 모습이며, 역사이기

때문이다.


2. 한국철도시(詩)의 성격 및 현황


     철도시는 소재면을 살펴보면 철도역, 철도(기찻길), 철도여행, 철도를 배경으로 한 삶의 모습 등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다. 주제는 다양하다. 형식면은 자유시와 정형시 둘 다 많이 창작되며 근래에는 정

형시인 시조가 많이 창작되었다.

     최초의 철도시인 「경부철도가」는 개화기의 창가로서 67연, 1연 4행으로 한 7.5조의 정형시로 되

어 있다. 내용은 경부선의 시작인 남대문역에서부터 종착역인 부산역까지 연변의 여러 역을 차례로

열거하면서 그에 곁들여 풍물․인정․사실들을 서술하고 있다. 최근의 철도시집 「영동선의 긴 봄날」은

거의 2수의 시조 77편 연작으로 1127행으로 구성된 정형시집이다. 내용은 철도인이었던 한 개인의 역

사, 영동선의 역사, 탄광의 역사, 민족의 역사가 담겨 있다. 특히 영동선 건설, 강삭철도, 스위치백철도,

스위치백 구간의 역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영동선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는 자유시로,‘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로 시작되며 1981

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인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적인 철도역을 소재로 하여 작품

을 구상하고 있다. '막차가 오지 않는 겨울' '시골 간이역의 대합실에서' '할 말들은 가득해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있는 80년대 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나 막연한 기다림으로 지쳐 있는 소외 인물들

의 고독과 우울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으며 자조적 비애감, 쓸쓸함이 느껴지는 시이다. 당시

어느 역에나 해당되는 내용이라 폭넓은 독자층을 가질 수 있었다.

   정호승의「강변역에서」는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

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는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고 과거형으로 끝나고 있

어 아직 만나지 못하고 계속 기다림이 이어질 것 같은 쓸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역은 마중할 수도,

배웅할 수도 있는‘만남과 이별’의 장소이지만, 시나 노래에서는 만남보다 이별에 대한 것이 더 많고,

이별을 노래한 것들이 사람들의 가슴을 더 많이 적시고, 더 많이 회자된다. 그 이유는 타인의 슬픔이

내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만 슬픔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처럼 다른 사람들도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앎으로서 스스로 위로를 받는 것이다.

  철도와 문학 학술포럼

 

     서울역 KTX 출입구에 맹주상의「서울역의 메아리」라는 작품이 있다. ‘서울 그 옛날/ 갈월동 칡꽃만

큼이나/ 향그러운 서울사람들/ 그 반짝이는 눈빛들로/ 서울역 오늘/ 요정들의 정거장 같다.’로 시작되는

자유시로 밝고 귀엽고 깜찍하고 즐거운 느낌을 주고 있다. 또 부산역에는 김민정의 「부산역」이란 작

품은 ‘물류와 여객수송 한반도 으뜸인 역/ 먼 대륙을  향한 설렘의 기적이 운다/ 국가의 대동맥선인 경부

선에 꽃 핀다/ 남쪽바다 아침햇살 눈부시게 받으며/ 유라시아 대륙으로 펼쳐나갈 꿈의 시작/ 새로운 도

약을 위한 긴 기적이 우렁차다(총 4수 중 셋째,넷째 수)’끝나는데 정형시로 밝고 희망차고 장중하고 우

렁찬 느낌을 준다. 둘 다 축시 형태라 우울하거나 어둡거나 슬픔의 정서가 아닌 밝은 기대감과 설렘과

기상과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장중식의 정형시「추전역」이란 작품은 ‘하늘 아래 첫 정거장 태백선 간이역엔/ 팔백오십 고도만큼

하늘 길도 낮게 열려/ 소인도 없는 사연들 눈꽃으로 날린다’ 고 노래하며 언제부터인가 기차가 서지 않

고 통과하는 간이역, 눈꽃열차가 운행될 때만 서는 역이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는 역이 아니

라, 다시 얼굴 환히 살아나는 역임을 말하여 희망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정연수의 「추전역」에서는 

‘희망은 언제나 높은 곳에 자리했다/ 우리나라 제일 높은/ 해발 855m 추전역// 서민의 애환 덜컹이는 태

백선 완행열차/ 그 화력 좋던 석탄 다 실어 보내고/ 가슴 비운 사람끼리 꿈을 안고 찾아드는/ 태백의 관

문’이라며 한때 석탄으로 유명했던 시절을 다 보냈지만, 아직도 희망을 간직한 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의선 복선전철이 개통됨을 축하하는 본인의 졸시「경의선 기적소리여」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대

동맥을 펼쳐 나갈/ 통일의 꿈 피어나는 가야할 길 시작이다/ 이제 막 심장으로부터 더운 피를 뿜는다// 

칼날처럼 변화하는 디지털의 세상에서/ 판문점, 임진각아 너희들도 변해 보렴/ 경의선 기적소리여, 관통

하라, 남과 북!//’(총 4수 중 2,4수)이라 하며 복선전철이 문산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판문점, 임진각을 지

나 그 기적이 남과 북을 관통하여 울리며 북한의 신의주까지 가기를 바라는, 즉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국

민의 간절한 바람을 피력한 작품이다.      

     코레일에서 발행되는 잡지‘RAIL로 이어지는 행복 PLUS'란 2011년 8월호에는 오인태의 「사람의 가

슴에도 레일이 있다」란 작품이 실려 있다.


     위에 소개된 작품 외에도 「경인철도가」 「경의철도가」 등의 창가 작품이 있다고

하며 고유섭의 「경인팔경」이란 작품도 있고, 미당 서정주가 1965년 9월 18일에 경인선 복선을 기념하

여 쓴 「경인선 복선 개통의 날」도 있고, 2010년 작년에는 한국철도 111주년을 기념하여 시조작가초대

전국순회전이 열려 철도를 소재로 한 시조작품 32 편이 대전역, 천안아산역, 청주역, 제천역, 태백역, 부

산역 등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1908년 최남선의 ‘경부철도가’가 창가로 탄생된 지도 104년째가 된다. 철도가 개통된 지 112년 그동

안 지금까지 줄기차게 철도에 관한 작품들이 쓰였지만, 철도시나 철도문학 작품을 모은 책도 없고, ‘철

도문학’에 대한 논문은 「‘경부철도노래’에 나타난 긍정의식 연구」2)와 「철도공간에 대한 최남선과 김

기림의 시적 발현 연구」3)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철도문학의 위치 정립이 절실히 필요

한 때다.  

 

3. 한국철도시(詩)의 보존 및 활성화 방향

 

     첫째, 『한국철도시전집』의 발간이다. 철도시들을 수집하여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

들을 선별하여 『한국철도시전집』이란 책으로 묶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들을

모아 정리를 하고, 앞으로도 몇 년 단위로 계속 발간을 해 나간다면 가치있는 『시전집』이 될 것이다.

2007년에는 탄광시 1,000편이 실려 있는 『한국탄광시전집』Ⅰ․Ⅱ권이 출간되어 탄광시를 연구하는 사

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현재 흩어져 있는 철도시도 모아서 『한국철도시전집』으로 묶어 국

회도서실, 대학도서실, 지역도서실, 철도박물관, 각 역의 맞이방 등에도 비치한다면 앞으로 철도시 연

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학계와 문학계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철도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

다. 문학을 통한 ‘국민의 철도’라는 인식의 확산으로 국민들이 철도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철도를

애용하리라 생각한다.


    둘째, <철도문학상> <청소년철도문학상>등의 제정 및 활성화이다. <철도문학상>은 국토해양부

에서 2009년에 만들었다고 하나 지금 대다수의 문인들조차 그런 상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고, 솔직히

나도 이 토론을 준비하면서 알았다.  국토해양부에서 주최를 할 것이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에서 주최를

하고 문학인을 운영위원으로 두어 실행한다면 좀 더 활성화 되고 그 효과도 클 것이리라 생각되며, 한국

문학에서 <철도문학>이란 개념이 제대로 정립될 것이다.


    셋째, 유명한 역에 시비, 시화액자, 시판 등의 건립이다. 책에 수록하는 것은 자료보관으로 가치가 있

만 자칫 사장되는 문학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시를 돌에다 새긴 시비, 시화액자, 시판 등을 건립하여

여행객들이 많이 볼 수 있고, 애송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시를 통해 여행객들의 마음도 순화시킬 수 있

고 기차역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사회를 위한 진정한 공익사업이 될 것이다.


    넷째, 철도에 관한 시집, 수필집, 소설집 등이 출간되면 한국철도공사에서 검토하여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구입하여 각 역의 맞이방, KTX 기차 등에 비치한다. 현재의 레일로드 등이 꽂혀있는

곳에 레일로드와 함께 비치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많이 읽을 수 있게 한다면 사랑받는

한국철도공사가 될 것이다.


     다섯째, 아름다운 철도시를 엽서로 인쇄한다. 한 면은 시를 인쇄하고 다른 면은 간단한 편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과 주소를 인쇄하여, 제작한 엽서는 각 역 또는 KTX 좌석 등에 비치하여 여행객들이 간단하

고 쉽게 사용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친필편지가 사라져가는 요즈음 여행객들이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엽서를 비치한다면, 친필엽서를 받음으로써 사랑도 우정도 깊어질 수 있어 인간관계가 호전될 것

며, 엽서를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철도여행에 대한 좋은 인상을 오랫동안 갖게 될 것이다.

 

      여섯째, '레일로드', 'RAIL로 이어지는 행복 PULS' 등에 철도시를 많이 싣고, 시창작 배경 및 현장

에 대한 설명을 싣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곱째, KTX 좌석 등받이에 철도와 여행에 관한 시 등을 인쇄하여 앉은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칸칸마다 다른 작품들을 선정하여 사용하고 한 달, 또는 일주일씩 바꾸어 다른 칸에

교환하면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여덟째, 서울메트로에서 하듯이 각 역의 출입문, 또 플랫홈 등에 철도시를 소개하면 기차를 기다리

는 동안 지루하지 않아 좋고, 철도역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된다. 또한 한국철도

공사에서 우리민족 고유의 문학인 시조를 많이 소개하고 창작활성화를 시켜 노벨문학상도 타게 한다면

국민의 철도로 사랑받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문학의 발전에도 크나큰 기여를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 이 발표를 기점으로 잊혀져가는 철도시를 보존하고, 앞으로 더 많은 철도시가 창작되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며, <한국철도시>가 한국문학 속에 하나의 큰 축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또한 한

국철도공사가 문학을 통해 온 국민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화합하여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진정한

‘국민의 철도’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철도시 발전을 위한 <시 속에 등장하는 철도문학> 발표를

마친다. 

                           철도와 문학 학술포럼 후 연합뉴스 게재사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