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 급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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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 호야나무
구부정히 자라온 봄
순교의 가지에는
늘 새로운 잎눈 트고
휘어진
해안선 너머
파도의 피 하얗다.
동백꽃에 내려앉는
직활강의 햇살들도
침묵 속에 자라나는
원적외선 네 사랑도
굽어져
생이 서러운
호야나무 닮아 있다.
해미읍성 호야나무: 사진: 김익하 *호야나무: 회화나무의 사투리
詩 풀이
宇玄 김민정 |
해미읍성에 가면 가지가 휘어지게 자란 호야나무가 있다. 예전 개화 시기에 천주교인들을 박해해 목매달아 처형한 곳이다. 나뭇가지가 휘어진 이유 때문에 목을 매달기 좋았고, 그러한 이유로 슬픔이 배어 있는 나무다.
그 순교의 가지 위에도 봄이면 새순이 피고, 나무는 모르는 척 또 나무의 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사실 나무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인간이 그 나무를 이용했을 뿐이다. 신라시대의 스님 이차돈이 순교 때 보인 피를 연상케 하는 ‘ 휘어진/ 해안선 너머/ 파도의 피 하얗다’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순교의 피로 표현해 참신한 느낌을 갖게 한다.
봄이면 붉게 피는 동백꽃과 푸른 동백잎에 내려앉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봄햇살을 스키의 강렬한 직활강을 연상하도록 표현한 것도 참신하다. 어쩌면 소리 없는 가운데 자라는 사랑은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 깊숙이 침투하며 유익한 성질을 지니는 원적외선은 아닐까. 굽어져 생이 서러운 해미읍성의 호야나무처럼 조금은 슬프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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