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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 158 - 군사우편 <김진길, 2011. 02. 2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2. 27.

 

강원도의 산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군사우편 <김진길>

/ 2011.02.28

 

     광 속 깊은 곳 먼지를 털어내다가
 연필심 혀끝에 굴려 꾹꾹 눌러 쓴 필체,
 빛바랜 양면괘지를 가만히 펼쳐본다
 
 괘선의 경계를 분방하게 넘나들며
 몽당연필 무딘 심으로 속정을 우려내신
 백부님 위문편지에 더운 얼룩이 진다
 
 열일곱 성상 동안 광에서 여문 언어
 행간에 묻힌 의미가 강물처럼 다가와
 그 유역 가닿지 못한 그리움이 역류한다
 
 ‘주소불명’ ‘수취인불명’ 회송된 군사우편
 생전에 부치지 못한 그 답장 고이 접어
 이 봄날 꽃잎과 함께 바람에나 띄운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강둑길을 따라 이제 봄이 오고 있다. 나무는 수액을 빨아들이느라 검게 물이 오르고 어느새 잎새들은 파릇한 새로운 촉을 틔우기에 바쁜 날들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세상은 희망의 날들을 맞이한다.

 묵은 광 속의 먼지를 털어내며 새봄 맞을 준비를 하다가 시인이 찾아낸 편지, 옛날의 양면괘지에 쓴 백부님의 위문편지다. ‘괘선의 경계를 분방하게 넘나들며 / 몽당연필 무딘 심으로 속정을  우려내신/ 백부님 위문편지에 더운 얼룩이 진다’는 무척 사실적인 표현이 우리들의 가슴에 와 닿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 편지를 읽으며 시인의 뜨거운 눈물이 편지 위에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17년 전에 받은 광에 묻어 뒀던 그 편지, 이제는 답장편지를 써도 백부님은 이미 고인이 되어 ‘수취인불명’

으로 돌아온 편지, 그 편지를 고이 접어 ‘이 봄날의 꽃잎과 함께 바람에나 띄운다’는 시인의 고백을 듣는다. 아마 백부님의 영혼도 그 편지를 받으시면 반가워하시며 바람으로 다가와 ‘나 잘 있다’며 시인의 어깨를 툭툭 치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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