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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47 - 징 (박영교, 2010. 12. 09)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0. 12. 8.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징 <박영교>

/ 2010.12.09

 

 

 

1

삼천리 그 몇 천 리를
세월 그 몇 구비를 돌아
 
갈고(耕) 서린 한(恨)을 풀어
가을 하늘을 돌고 있네
 
수수한 울음 하나로
한평생을 돌고 있네
 
2
아홉 마당 열두 타작으로
잔등을 후리쳐라
 
주름살 골(谷)을 따라
갈갈이 찢긴 한(恨)을
 
한평생
돌다 지치면
내 전신(全身)을 두들겨라

3
울거라
울거라
밤새도록 울거라 너는,
 
한 세상 끝날까지
닿도록
울거라 너는,
 
낙동강(東江) 홍수가 되어
범람(氾濫)ㅎ도록
울거라

詩 풀이

宇玄 김민정

 징소리·꽹과리 소리는 우리의 풍물패를 연상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징은 우리 가슴의 한을 대신 울어 주는 표상이다. 어쩌면 울고 싶을 때 실컷 울도록, 오히려 때려 주며 울리는 깊은 소리. 우리의 오래 응어리진 한을 대신 울어 주는 것이다.

  길게 흐르는 여운과 함께 그 소리로 하여 슬픔을 달래고 아픔을 달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화자는 이 작품에서 그 징이 ‘한 세상 끝날까지, 낙동강 홍수가 되어 범람ㅎ도록’ 울기를 원한다.
 
  그 소리로 하여 우리들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깊은 한이 사라지기를,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기를 바란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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