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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없는 늦은 비에 젖은 몸을 추스르는
귀청을 긁고 있다. 시가 아닌 것들이
오래된 유행가처럼 휘파람으로 말을 걸며
“아니라예 아니라예 낙엽이 아니라예”
훌훌 털고 가야 하는 윤회를 모른다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그래 그럴 수 있겠다.
글피 또 어제 오늘 하고 또 내일
눅눅한 시간들이 먼 노을에 몸을 묻고
떨어져 뒹구는 것들의 방언을 듣는 저녁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가을이 깊을 대로 깊었다. 늦은 가을비에 남았던 나뭇잎마저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다. 훌훌 털고 가야 하는 것이 낙엽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도 그렇고, 순간순간의 삶도 그러하다. 만남이 있으면 떠남이 있는 것이고, 새싹이 피는 봄이 있으면 잎 지는 가을도 있는 것이 윤회사상이며 우주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아니라예 아니라예 낙엽이 아니라예”라고 부인해 보지만 우리의 생도 나뭇잎을 너무나 흡사하게 닮아 있다. “글피 또 어제 오늘 하고 또 내일”로 연속되는 삶,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눅눅한 시간들. 그 시간들이 ‘먼 노을에 몸을 묻고/ 떨어져 뒹구는 것들의 방언을 듣는 저녁’이라고 한다. 낙엽이 주는 의미를 이 시에서는 ‘방언’이라고 했다. 독자 나름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색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번쯤 자연과 인간의 삶을 대비해 보며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제는 12월, 겨울이다. 우리들의 전우를 보내야 했던 우울한 11월을 내려놓으며, 다가오는 겨울의 추위를 강한 인내심과 용기로 견뎌 내고 봄이면 새로운 싹을 피울 희망과 각오로 건강하고 행복한 겨울을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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