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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44 - 편지 <홍성란, 2010. 11. 1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0. 11. 28.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편지 <홍성란>

/ 2010.11.18

     가을 산 앞에 서서
 그대를 생각했습니다
 빙그르 돌며 떨어지는 붉은 잎이 뭐라 해도
 말없이
 그대 뒤를 따라 낙엽길 걷고 싶었습니다



 그저 산까치는
 높은 가지에서 짝을 부르고
 당찮게 애벌레는 떼그르 껍질 굴려 숨지만
 샛노란
 가랑잎에 올려 바윗섶에 넣었습니다.



 마른 잎들 빗소리 내는
 산허리 혼자 밟으며
 그대가 눅눅한 내 마음 가만히 떠올려
 양지쪽
 마른자리에 뉘었으면, 생각했습니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가을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는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구처럼, 가을이면 돌아갈 곳을 생각하는 것이 자연과 인간의 공통점이 아닐까 한다.

‘말없이 그대 뒤를 따라 낙엽길 걷고 싶은’것처럼 사랑은 그저 함께 있고 싶은 것이고, ‘그대가 눅눅한 내 마음 가만히 떠올려 / 양지쪽 마른자리에 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처럼,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작지만 따뜻한 배려임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의 화자는 그대로부터 그러한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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