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비양도에서 저 혼자 걸어온다 세월도 밀려 왔다 이문이 없었는지 덩그렁 집게의 헌집 지고 가는 길이 있다 지구의 하루가 24시간이라면 그보다 40분 길다는 지금은 화성의 시간 사십 분, 섬을 돌아도 제자리인 내 그리움 화성에 물이 있다면 펄랑못 같을 게다 화산섬 밀썰물 따라 숨을 쉬는 바다 연못 그 안엔 술일(戌日)에 찾는 할망당도 놓인다 사족이리 섬에 와 무릎 꿇는 하늘도 가을날 신목에 올린 지전도 사족이리 딱 한 번 고백하려고 왔다 간다, 바다의 혀
작가는 1957년 제주 서귀포시 위미리 출생. 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개닦이, 사고싶은 노을, 누구라 종일 흘리나 등. 정드리문학 동인.
시풀이宇玄 김민정
제주의 비양도는 인구 171명의 작은 섬이다. 1002년(고려 목종 5년)에 분출한 화산섬이며 단조로운 암석해안이다. 시인은 `세월도 밀려 왔다 이문이 없었는지 / 덩그렁 집게의 헌집 지고 가는 길이 있 다'고 표현해 조금은 쓸쓸하고 단조로운 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섬을 다 돌아도 그리움은 제자리인 즉, 그리움을 남게 하는 섬이다. 바닥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펄랑못은 조수운동과 반대로 밀물에는 수위가 줄고 썰물에는 높아진다.
화자는 화성에 물이 있다면 바다의 썰밀물에 따라 숨을 쉬는 펄렁못 같을 것이라고 상상의 폭을 확대한다. 그리고 `딱 한 번 고백하려고 왔다 간다, 바다의 혀' 라는 표현에서 보여 주듯 외부에서의 무릎 꿇은 찬양이나 경배보다 사랑의 실천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즉, 화자는 바다의 혀가 되어 비양도가 아름답다는 고백을 하기 위해서 왔다 간다는 것이다. 비양도의 아름다움을 돌려서 표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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