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바라보며
홍은중 교사 김민정
여러분 오늘 하루 즐거우셨습니까? 아침부터 이 야영장에 도착하기까지 고생이 많으셨지요?
날씨가 청명했으면 하고, 적어도 비는 오지 말았으면 하고 기도도 해 보았지만 그 기도는 소용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사히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야영을 시작하고, 계획대로 이 밤을 맞았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빗속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짓고, 음악을 듣고, 잡담을 하면서, 오는 소나기를 텐트 속에서 구경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누구하나 불평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웃음소리만이 가득했습니다. 왜일까요? 거기엔, 우리의 젊음이, 청춘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춘은 아름다워라, 알알이 속속들이 아름다워라’라고 헤르만 헷세는 노래했습니다.
열여섯, 얼마나 아름다운 청춘입니까? 에리히 케스트란 시인은 ‘다시 한번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열여섯 살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왜 아름답냐구요? 그건 꿈이 있기 때문이지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위대한 과학자도, 문학가도, 정치가도, 의사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대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착함과 순수함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자체도 아름다운 삶이니까요. 아직 여러분에게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고, 오월의 초목같은 싱그러움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에겐 나름대로 젊은이다운 고민도 있습니다. 성적을 고민하고, 신체의 성장을 고민하고, 교우관계를 고민하고, 가정사를 고민하고, 이성친구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고 젊은이답게 활짝 웃으십시오. 열여섯 나이에 알맞은 싱그러운 미소를 간직하십시오. 웃는 표정을 짓다보면 저절로 생활이 밝아지고 모든 것은 잘 풀릴 것입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모든 사물을 맑고, 밝게 보십시오.
또한 젊은이답게 꿈을 크게 가지십시오. 현실에 충실하고 그 꿈을 이루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혀주는 촛불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십시오. 또한 순간순간을 뜨겁게, 적극적으로 사십시오.
왜냐하면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니까요!
1996년 6월 17일 퇴촌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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