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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도솔암 적요'를 읽으면 이 작품과 어울릴 듯한 그의 '찻잔 속의 바다'가 떠온른다.
실선으로 뜨다가
점선으로 잠기다가
밀물이 되었다가
썰물이 되었다가
저 혼자
잠 드는 바다
수평선이 부시다
-「찻잔 속의 바다」 전문
시인의 위대함은 새로운 사유를 만드는 것이다. 일상의 논리로는 해석되지 않는 그 무엇이지만 그렇게 사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일상적 논리로 찻잔 속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김민정의 이 작품에서 우리는 '아니야'라고 강하게 부정할 수가 없다. 이른바 시적 논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찻잔을 유심히 바라본다면 실선으로 점선으로 뜨고 잠기고 밀물이 되고 썰물이 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수평선은 어쩌면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녹였을 테고 그쯤엔 수평선이 부실만도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찻잔 속에서 바다를 보아낸다면 이 시인은 그 무엇에서라도 시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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