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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조평

김민정 시조론 - 우아미 창출 <문무학>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24.

 

      제비꽃 산책 / 宇玄 김민정 양지쪽에 볼쏙볼쏙 볼우물이 예쁜 소녀 얼굴 갸웃 환한 웃음 서둘러 온 봄나들이 보라빛 고운 자태가 눈 부시게 상큼한 <2006.05.03>

     

     

     

     

    자연을 노래하는 문학 작품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 작품은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그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 느낌을 통해 아름다움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따라서 가르치려는 문학은 진정한 문학이 아니다. 김민정의 시는 그런 점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기다리던

      꽃 소식에
      마음이 온통 달아

     
      찻잔으로
      가는 손길
      그도 한참 뜨겁더니

     
      비로소
      꽃 한 송이가
      내 안에서 벙근다
     
            -기다리는 마음- 전문

     
       사람의 일생은 어쩌면 기다림의 연속일지 모른다. 이 시에서 시인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사람이든 계절이든 또 문맥에 드러난 것처럼 꽃이든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한 시인의 기다리는 마음은 붉고 뜨겁다.붉고 뜨거운 마음은 간절함이고, 그 간절함은 무엇인가를 기어이 일구어 내고 만다. 종장 첫 음보의 ‘비로소’ 라는 시어가 주는 느낌은 ‘많은 어려움을 딛고’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성취의 환희를 노래하는 것이다.따라서 이 작품은 미학적 측면에서 개성적인 면을 갖는다. 환희를 시조의 형식 속에 담아내기는 쉽지도 않거니와 그것이 미학적 구조를 갖추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그런 난관을 극복하여 그야말로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있다.
      
      양지쪽에
      볼쑥볼쑥
      볼우물이 예쁜 소녀
      
      갸웃갸웃
      환한 웃음
      서둘러 온 봄나들이

      보랏빛 고운 자태가 눈부시게 상큼한
     
                                          -제비꽃 산책- 전문

     
        봄 산책길이었을 것이다. 길섶에 제비꽃을 보고 그 제비꽃에 시인의 마음을 얹은 것이다. 의인법을 통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마치 제비꽃을 닮은 소녀가 우리들 앞으로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다. 그 감각적 표현이 산책의 즐거움과 함께 밝은 연상을 가지게 한다. 이 또한 앞에서 언급한 ‘기다리는 마음’과 같이 기쁨을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김민정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보인다. 긍정적이다. 그 긍정 속에 아름다움을 피워내고 있다. 우리 시조가 비교적 비장미에 기댄 바가 많았다는 것을 돌아본다면 김민정의 시는 그 나름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엮어가는 김민정의 시는 대체로 우아미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시조의 미의식은 숭고미, 비장미, 우아미로 파악되어 왔다. 정병욱이 “한국고전시가론”에서 파악한 것이다. ‘숭고미’는 ‘숭고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움’이고,  ‘비장미’는 ‘슬픈 감정과 함께 일어나는 아름다움’, ‘우아미’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는 아름다움’이다.

     

       김민정 시조의 미학을 ‘우아미’ 한 곳으로 몰아가기는 곤란하지만 그가 구현하고 있는 시조미학은 우아미 쪽에 가깝다. 그의 단시조 작품들이 자연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김민정의 세계관은 매우 따뜻하고, 그의 시각이 대체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세계관과 시조에 대한 열정이 현대시조 100주년에 100편의 단시조를 꽃으로 피워올렸다. 그 꽃밭에서 나는 향기는 우아하다. 그것들을 온전하게 받치고 있는 힘 , 그것을 굳이 줄여낸다면 필자는 열정과 세상을 읽는 긍정적 시선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그것이 김민정 시인의 시를 받치고 있는 건강한 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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