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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은 이미지스트다. 대부분의 이미지스트가 그러하듯이 김 시인의 시 세계는 순수하
고 아름답다. 그의 작품에는 편편마다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와 자연친화적이고 부드러운 비유
를 통하여 순수의 정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희원이 잘 형상화 되고 있다.
하르르 무늬바람
하르르 무늬물결
그대 향기 하도 짙어
숨이 막혀 오는 날은
속눈썹 타들어가며
불 지피는 나의 연가
-「음악을 위하여」부분
물결소리 바람소리
산새소리 들려오고
내 사유의 뜨락에도
하얀 달빛 밤새 내리는
오, 푸른
종소리 같은
그대편지 오실까
-「가을편지 」부분
「음악을 위하여」나, 「가을편지」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을 위하여」에
는 “하르르”의 의태어가 바람이나 물결의 부드러움을 형상화 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무
늬바람”이나 “무늬물결”은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바람이나 물결이 무늬를 이루면서 “하
르르” 다가오는데 시인은 이 풍경을 통해 그대의 “향기”를 느끼며 숨까지 막히고 종국에는 눈
썹까지 타들어 가고 있다. 시각이 후각으로, 후각이 다시 촉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
면 이 시는 철저하게 이미지를 통해 서정자아의 심리 상태를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가을편
지」는 어떠한가. 이 작품은 물결과 바람과 산새의 청각적 이미지와 “하얀 달빛”의 시각적 이
미지가 접합되면서 “푸른 종소리 같은 그대편지”의 청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지
는 종류나 표현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기 마련인데 김 시인의 시에서는 자연 친화적이고 부드러
운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우리가 살펴보아야할 문제 중 하나지만 이미지로만 국
한해보자면 청각이나 촉각 등 다른 이미지보다는 시각적 이미지가 지배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는 점과 무관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그리움의 빛깔은」에는 “눈부시게/ 쏟아지는/저 무량의 가을 햇살”과 “나비처럼/
팔랑이는/저 노오란 은행잎”, “불처럼/타오르고 있는/저 빠알간 단풍잎” 이라고 하여 모든 시
적 대상이 회화적으로 그려져 있다. 김 시인은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이미지나 비유의 묘사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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