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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집 『나, 여기에 눈을 뜨네』 속에 단 한 편 밖에 없는 사설시조이다. 그 유
명한 대흥사 골짜기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겨울 동백꽃과 동백숲을 보면서 자신 속의 감
춤과 드러냄의 여유를 잔잔한 호수처럼 적정한 호흡으로 잘 점열시키고 있다. 내 마음에
불같이(동백꽃처럼) 피어 일어나는 이 마음, 다 허무하고 허무한 것뿐이리. 즉 인생은 봄
한철 피었다 떨어져 퇴적되어 썩어 없어지는 것이리라. 한겨울 대흥사 천불전 마당을 쓸
던 낡은 싸리비에 걸리는 한낱 낙엽이나 낙화와 같은 것이 인생이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이 세상에서 늘 그대로 상주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덧없음을
일컫거나 무상개공(無相皆空)의 뜻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작품은 어렵고 힘든 생활이나 삶의 절실함 속에서 쓰여진 작품들이며 이러한 작품
들이 독자들의 마음과 정신을 사로잡는다.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라도 그 속에 절실한 생
활이 없고 눈물과 한숨이 없고, 진실과 그것의 아픔이 없으면 공감과 공명을 얻어낼 수 없
는 것이다.
특히 좋은 사설은 표면의 이야기와 이면의 숨겨진 뜻이 충분히 있어야 하며 표면의 이야
기로는 독자들에게 시원함과 즐거움과 웃음을 동반할 수 있어야 하며 이면의 뜻은 독자의
양심과 흐트러진 정신을 갈아엎거나 찔러주는 일침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고 본다.
<박영교, 정신적 한파와 사설의 표리, 1998, 월간문학 5월호 시조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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