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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가을이 뚜벅뚜벅 / 이혜선 - 시가 있는 병영 37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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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06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가을이 뚜벅뚜벅 <이혜선>

 

 


그녀는 입 넓은 오지 항아리에 꽃을 꽂고 있다
그녀 파란 물무늬 위에
쏴아 물결이 인다

까만 오지 항아리 안에서
샛노란 새들 한 무리 날아오르더니
푸득 푸드득 먼 바다 물결이
새들의 날개 아래로 출렁거린다

가느다란 가을 손가락엔 경련이 일고 있다
천장에선 쇳소리 내며 선풍기가 돌고 있다
벌써 문밖에선
큰 걸음으로 뚜벅뚜벅 그가 걸어오고 있다

작가는 시인, 문학박사.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감사,

강동문인회 회장 역임. 자유문학상, 현대시인상, 선사문학상 수상.

시집 ‘神 한 마리’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 ‘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가을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뚜벅뚜벅이 아니라 성큼성큼…. 영원히 가지 않을 듯하던 더위도, 산들산들한 가을바람 앞에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있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온다. 푸른 나뭇잎도 붉게 또는 노랗게 물들어 간다.

  가을의 상징인 그녀와 그, 한편으로 가느다란 손가락에 경련이 일 듯 섬세함으로 오지 항아리에 꽃을 꽂듯 아름답게 산천을 수 놓는

가을, 그녀와 다른 한편으로는 큰 걸음으로 뚜벅뚜벅 가을 속으로 점점 깊이 걸어 오는 그를 만난다. 아름다운 코스모스 길과 벼 익는

논밭 풍경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마음도 단풍처럼 곱게 물들고 황금벌판처럼 풍요로움으로 물결치는 가을날이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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