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가 있는 병영

물총새에 관한 기억 / 유재영 - 시가 있는 병영 7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9. 27.

 

<2008년 02월 25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물총새에 관한 기억 <유재영>

 

 

작자 미상 옛 그림 다 자란 연잎 위를
기름종개 물고 나는
물총새를 보았다
인사동 좁은 골목이 먹물처럼 푸른 날


일곱 문 반짜리 내 유년이 잠겨 있는
그 여름 흰 똥 묻은 삐딱한 검정 말뚝
물총새 붉은 발목이 단풍처럼 고왔다

텔레비전 화면 속 녹이 슨 갈대밭에
폐수를 배경으로 실루엣만 날아간다
길 없는 길을 떠돌다 되돌아온 물총새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인사동 좁은 골목에서 작자 미상의 옛그림을 보고 있다. 연잎 위를 기름종개를 물고

유유자적하게 날고 있는 물총새는 자연과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날고 있어 아름답게 느껴진다. 2연에서

는 시인의 유년 체험과 관련되는 ‘흰 똥 묻은 검정 말뚝’이라고 하여 물총새의 흰 똥마저도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느껴지며, 물총새의 붉은 발목과 붉은 단풍의 유사성을 통해 오염되지 않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

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3연에서는 텔레비전 화면 속에 비치는 물총새의 모습이다. 1, 2연에서 보여 준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녹이 슨 듯한 갈대밭과 악취가 풍기는 지저분한 폐수가 흘러가는, 물총새가 내려앉을 만한 공간도 없는 도

시의 풍경이다. ‘길 없는 길을 떠돌다 되돌아온 물총새’의 모습을 통해 환경파괴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생

태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높은 서정성을 지닌 서정시면서 환경문제를 다룬 환경시라고 볼 수 있다. 또 이 시는 어린 시

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 고향을 상실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석해 볼

도 있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