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 박재삼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萬)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가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
<2008년 02월 11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내 사랑은 <박재삼> | |
|
|
|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萬) 갈래.
여울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가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슬픔의 미학’이 느껴지는 박재삼의 작품 중 하나다. 첫째 연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마음과 기다리다 지친 슬픈 마음이 ‘여울 아래 가라앉’고, ‘가야금 저무는 가락’의 하강 이미지로 나타나 기다림의 절망감이 나타난다.
둘째 연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이란 표현 속에는 ‘그까짓 사랑’ 때문에 사내 장부가 운다는 ‘사랑에 대한 무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겉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속으로 깊이 우는 장부의 큰 울음을 말하며, 들기름불이 타듯 타들어가는 마음과 만 갈래 시름이 앉듯 좌절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3연에 오면 실패한 사랑에 좌절하고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조약돌’을 통해 끝없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밝은 이미지의 ‘햇볕에 비쳐’와 ‘가다가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이 이 시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 가슴에 남게 한다. <시풀이: 김민정-시인·문학박사>
|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