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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오두막집행 / 이상범 - 시가 있는 병영 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9. 27.

 
2008년 02월 04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오두막집행 <이상범>

 

 

 

   눈 내리는 밤엔
   변두리행 버스를 타자
   마른 꽃 다발 다발
   바람의 눈망울로
   흰 커튼 사이로 불빛이
   손짓하는 오두막집

   소꿉 살림 창가에 앉아
   시를 호호 불어대고
   산냄새 살냄새 사이
   시집들이 키를 재는
   고뇌도 갈색으로 익어
   잎이 지는 작은 방

   때로 미친 바람이
   산자락을 뒤흔들어도
   색종이 꼬깃꼬깃
   아픈 시가 눈뜨는 곳
   저물면 끈끈한 숨결이
   놀라 깨는 작은 집

   정겨움이 가득 느껴지는 작품이다. 눈 내리는 밤에는 변두리행 버스를 타고 그 변두리로 달려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멀리, 아스라이 산 밑의 호롱불이 비치고…, 호롱불이 아니라도 따스한 전등 불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집. 그 집은 산의 냄새와 사람의 살냄새가 나는 소꿉살림을 사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집, 시집들이 키를 재며 꽂혀 있는 아담하고 정겨운 집을 보러 가자는 것이다.

   그곳은 미친 듯이 산자락을 뒤흔드는 겨울바람 속에서도 시인이 색종이를 접듯 아름다운 시어를 찾
아 끙끙대며 시를 쓰는 곳이다. 또 ‘저물면 끈끈한 숨결이 놀라 깨는 작은 집’이라고 하여 사람다운 삶의 숨결이 느껴지는 집, 인정이 느껴지는 집. 그런 집을 보러 가자고 한다. 눈 내리는 밤의 고요하고 따스한 정서가 물씬 풍겨오는 작품이다. <시풀이: 김민정 -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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