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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논문.평설

김보환 시조집 축사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5. 4. 12.

 

감사와 긍정, 겸손과 교훈의 시조

 

김보환 시조집 언덕을 넘어서출간을 축하드린다. 작년 미수를 지나신 연세에도 꾸준히 작품을 쓰고 계신 점이 존경스럽다. 더구나 늘 정장 차림으로 외출을 하시는 모습도 후배시인들의 귀감이 된다. 그의 시조 몇 편을 살펴본다.

 

길 막는 험한 바위

원망도 아니하고

 

옆구리 간질이며

살랑살랑 지나가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너를 닮고 싶구나

- 물같이 살고파전문

 

김보환 시인의 호는 여수(如水)이다. 물의 덕을 지니며 물같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위 시조는 그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김보환 시인은 그렇게 물을 닮은 삶을 살고 싶어한다. 문학 속에는 그 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들어있는데 김보환의 시조에서는 그러한 가치관이 주제의식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많다.

 

바람과 세월 따라 흐르는 인생길에

그래도 석양빛은 갈수록 고와진다

백설이

만건곤할 때

천하태평 했으면

- 바람과 세월넷째 수 전문

 

어느 시조에서나 쉽게 그의 주제의식과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시조에서 짙게 나타나는 것은 긍정과 감사의 마음이다. 물처럼 흐르면서 물이 여러 가지 현실에 그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듯 그의 삶은 어떠한 경우를 만나더라고 노여워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다. 그의 삶의 모습,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시조에 담긴다. 작품 따로, 생활 따로가 아니라 생활과 작품이 그대로 일치한다.

때문에 그의 시조는 메타포적인 면보다는 사실적인 면이 많고 직설적인 표현도 많은 편이다. 삶과 문학이 일치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화해하여 마음의 평화와 평온을 유지하고 주변과의 화목을 가져오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법도 터득하고 있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감사와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데, 미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다음 시조에서는 그러한 마음가짐이 잘 나타난다.

 

이 가슴 깊은 곳에 감사가 자리하니

강 위에 피어오른 새벽길 안개처럼

미움도/ 근심 걱정도/ 먼 하늘로 사라져

 

산과 들 풀과 나무 자세히 살펴보니

미운 것 하나 없네 자연은 아름다워

고마운/ 창조주님이/ 내려주신 선물들

 

한 세상 가는 길은 꽃길만 아닌 것이

힘들고 괴로울 땐 감사함이 명약이라

사랑은/ 이 약을 먹고/ 피어나는 꽃이다

- 사랑의 선물전문

 

 

아침 일찍

전깃줄에

참새가 한 쌍이라

 

찍찍 짹짹

밤새 안녕

인사를 하는구나

 

노부부 주름살에는 행복이 가득하네

- 행복전문

 

수많은/ 사람들과/ 모여서 살려하니//

가슴이 무너지듯/ 분한 일 닥치기도//

참으로 어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네

 

어차피/ 힘들다면/ 내 마음 고쳐먹자//

만나면/ 감사하고/ 받히면 사과하고//

숙이며 살아가보니 너무 쉽다, 즐겁네

- 늦은 깨달음전문

시인은 사랑의 선물이란 시조를 통해 힘들고 괴로울 땐 감사함이 명약이라/ 사랑은/ 이 약을 먹고/ 피어나는 꽃이다라고 정의 내린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니 그의 생활은 늘 행복하다. 행복이란 작품에서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자연에서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찾을 줄 아는 지혜를 보여준다. 또한 늦은 깨달음에선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마음을 고쳐먹음으로써 세상은 쉬워지고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바닷가/ 어부님이/ 사냥법 간섭하고//

과수원/ 전문가가/ 양식장 드나든다//

이 저것 다 하다가는 석서오기* 꼴 나네

- 석서오기전문

 

*석서오기(鼫鼠五伎 = , , , , ): 잔재주는 많으나 하나도 옳게 하는 것이 없으면서, 아무데나 끼어들어 일을 망친다.

 

그런가 하면 위 석서오기시조처럼 교훈이 들어 있는 작품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 작품에선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하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는 주제를 보여준다. 하나를 하더라도 깊이있게 천착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시조다. 그런가 하면 다음 광화문 광장시조에서처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시조도 많다.

 

겨레의/ 자존심을/ 선열의 피땀으로//

긴 세월/ 안아주신/ 성스런 광장이여//

평화의 새벽종 울려 온 누리를 밝히자

- 광화문 광장전문

 

김보환 시인의 감사와 긍정, 겸손과 교훈의 시조가 실린 세 번째 시조집 언덕을 넘어서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120세 시대에 앞으로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열심히 시조를 쓰셔서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보여주시고, 문운이 더욱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25410

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

김민정(金珉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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