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추천시메일-4413( 김민정 作 / 돌밭맞이 )
돌밭맞이
김 민 정
금 가고 모가 나서 보기엔 어색해도
내 눈 밝게 열어주고 서늘히 씻어주는
정형을 튀어나온 돌 해돋이를 하고 있다
고요조차 숨죽일 때 꽃은 피어나듯
새벽에 눈을 뜨는 저 돌의 푸른 그늘
단단히 뼈를 세웠다 새아침 강기슭에
금실로 총총 엮은 햇살을 고이 받아
파격에 길들여진 주름도 넉넉하게
제 안에 꿈틀거리는 산을 하나 이뤘다
하늘도 입석처럼 위엄이 서려 있다
기척 없이 종적 없이 바람이 들고 날 때
그 사이 패인 골짝을 흉내낼 이 누군가
김민정 시조집 『창과 창 사이』, 《고요아침》에서
돌밭맞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김민정 시인이 틈틈 전해오는 수석과 관련된 사진과 시조를 음미하며 생각하건대 수석을 찾아 나서는 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돌에 대해 크게 지식이 없다. 다만 강가에 나가 큰물이 나가고 새롭게 휩쓸려 온 많은 돌들의 모양을 보고 세상 참 다양한 모습의 돌이 있다는 것을 본다. 둥근 것이라 해도 그 둥근 모양이 다 다르고, 각이 졌다고는 하나 각진 모양이 다 다르다. 자연이 만들어낸 모습이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정형으로 튀어나온 돌 해맞이를 하고 있다'라는 의미는 아마도 돌이 갖는 특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 생각된다. 돌 속에 산을 만들고, 돌 속에 깊은 골을 만들어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심오한 세계를 이루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어디 돌 뿐이겠는가싶다. 돌 아니더라도 사람도 형제가 비슷하고, 인종과 인종이 비슷하고, 지역의 사람이 비슷하게 생겼다. 이 모두가 자연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본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살아가는 환경이 지구의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피부가 다르다. 그러니 지구의 환경은 돌처럼 오랜 시간 사람의 삶의 풍습과 관습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한 삶의 모습을 돌밭맞이를 통해 새롭게 보는 세계관을 김민정 시인은 이루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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