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세계화 추진과 과제
김민정((사)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모든 기업이나 교육 등이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가 하나로 소통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문학도 세계화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의 문학은 노벨문학상에 도전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자국의 작품을 번역하여 세계에 널리 알리려 노력하였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오랫동안 그 형태가 유지되어온 시조라는 우리만의 고유 전통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세계에 알리는데 그 동안 소홀한 감이 적지 않다. (사)한국시조시인협회가 창단된 지도 오래되었고 (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도 있었지만 그 동안 협회 차원의 세계화 노력은 그다지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개화기를 통해 들어온 서양의 형식인 자유시가 유행하여 1920~1930년대에 널리 퍼졌기에 1926년 최남선이 최초의 개인시조집 『백팔번뇌』를 발간하고 ‘한국민족문학으로서의 시조’라는 글을 발표하여 시조 운동을 펼쳤다. 리태극은 1960년대 《시조문학》이란 잡지를 창간하면서 오늘의 시조시인들을 배출했다.
1990년대 중국 연변대학에서는 『중국조선족 시조전집』을 발간했고, 미주지역에서는 『사막의 달』 『사막의 민들레』 『사막의 별』 등을 발간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해외에 우리의 시조를 알려야 한다는 자각이 일기 시작했다. 김호길, 김영수, 전자인, 조오현, 박달수, 박구하 등이 ‘세계시조사랑협회’를 통해 어린이시조를 세계화하려 노력했고, 박구하는 《시조월드》라는 잡지를 운영하며 연변의 시조시인들과 한중민족시포럼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2010년에는 (사)한국시조시인협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외국과 전통시합동낭송회를 가졌으며 한분순 이사장과 김민정 이사가 그 일을 추진했다. 한·몽 수교2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몽고 현지 시인들과 제1회 한·몽 전통시합동낭송회를 갖는 행사였다. 강현덕, 김민정, 김선화 김윤숭, 신후식, 우은숙, 유재영, 이근배, 이상진, 정용국, 조주환, 한분순, 황정자(가나다순) 등 20여명 시조시인들이 몽고 울란바트로를 방문했고, 몽고어와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으로 그곳 시인들과 전통시합동낭송회를 가졌다. 2011년에는 몽고에서 2명의 시인과 1명의 악사와 1명의 평론가가 내한하여 국내의 시조시인들과 대학로 문화예술가의 집에서 제2회 한·몽 전통시합동낭송회를 가졌다.
2013년 오늘의시조시인회의는 시조의 독문번역을 추진하여 시조시인들의 작품 150편을 선정하여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독문번역 작업을 마쳤으며, 심사 통과 후 독일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2016년 국제시조협회(이사장 민병도)는 청도군의 후원으로 국제시조대회를 열고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율시, 한국의 시조를 키워드로 하여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고, 이영도, 이호우, 민병도, 김일연 등의 작품을 일문 또는 중문으로 번역하기도 하였다.
부산의 임종찬, 서관호, 정희경은 연변의 교사들과 교류하며 시조교육을 추진해 왔는데 그곳 어린이들이 시조작품을 쓸 수 있도록 부산의 《어린이시조나라》에 10년째 연재를 하게 하는 등 해외에서도 시조를 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이사장 김봉군)에서는 중국, 영국 등 해마다 전통시 교류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국의 시조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해 오기도 하였다.
한국시조협회(이사장 김흥열)에서는 시조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를 위해 준비하고 초청 강연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맥캔 교수는 미국에서 2010년 『도심의 절간』이란 영어시조집을 발간하였으며 《시조》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시조백일장을 개최하는 등 시조의 세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몇몇 시조시인들이 번역시조집을 해외에서, 또는 한국에서 출판하여 해외에 보내기도 하였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조오현의 『아득한 성자』 는 영어와 아랍어판으로 번역 출판되었으며, 『적멸을 위하여』 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출판하였고, 『만악가타집』은 힌두어와 영어판으로 인도에서 출판되었다. 김민정의 영문번역시조집 『누가, 앉아 있다』, 정완영의 영·중·일문 번역시조집 『엄마목소리』, 유성규의 영문번역시조집 『O poet』 등이 국내에서 출판되어 미국 등에 소개되었으며, 박기섭의 일문번역시조집 『달의 문하』도 한국에서 출판되어 일본 현립도서관 등에 기증되었다.
2019년 6월 21일에는 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김민정)가 주최한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초청 강연회”가 조계사 불교문화예술공연장에서 200여 명의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맥캔 교수는 일본의 하이쿠가 어떻게 세계화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예를 들며 시조가 하이쿠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문학장르로 자리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또한 《시조》라는 작은 잡지를 만들어 외국인들이 지은 시조와 한국 시조작가들의 시조를 영어로 번역하여 게재하고 있음을 밝혔다.
2019년 6월 22일에는 오늘의시조시인회의(의장 오승철)은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현황과 전망’ 부산 강연에서 맥캔은 ‘미국 시조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에서 현재 해마다 영어시조백일장 등을 열어 1,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또한 박미영은 ‘북한시조의 현황과 한국시조의 나아갈 길’에 대해 발표하여 북한에서의 시조현황을 보여주었다.
이지엽((사)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은 ‘시조 세계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에서 시조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예술원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시조교육이 체계적인 텍스트가 부족하고 전문교육기관도 없는 실정을 밝히며 현대시조의 자료집이 될 『한국현대시조대사전』 발간 및 한국현대시조창작교육센터 설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현재 시조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단체를 소개하였으며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 중의 한 가지는 시조의 번역을 대한민국 번역원이나 대산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서도 국책사업으로 진행시켜줄 것을 주장하였다. 또한 외국인의 국내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시조교육을 추진해야 함을 주장하며 이들을 위한 시조 창작 교재를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현재의 시점에서 (사)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김민정)에서는 현재 303명의 시조를 모아 『해돋이(sunrise)』라는 영문번역시조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제펜한국본부와 교류하는 154개국과 28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및 세계의 유명대학도서관에 보내어 한국의 시조를 세계적으로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서 외국유학생이나 외국인 교육에도 활용할 계획이며, 외국의 영어시조백일장 등에도 보내어 활용할 계획이다. 이 책의 발간사에서 ‘시조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의 전통시이며 정형시임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 장르 중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이번 영문 시조선집이 세계에 널리 퍼져 시조 교과서로서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간단하게 시조의 형식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초장 3/4/3(4)/4 or 초장 3/4
3(4)/4
중장 3/4/3(4)/4 중장 3/4
3(4)/4
종장 3/5/4/3 종장 3/5
4/3
시조의 음절수는 43(45)음절이지만 종장의 3글자 외에는 경우에 따라 각 음보에 한 음절이 가감 될 수 있다. 원래는 초장 중장 종장을 각각 한 행으로 나타내지만 현대시조에서는 각 장이 두 행 이상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본 시조선집에서는 원문시조는 3행이나 6행으로, 번역시조는 모두 6행으로 배열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이나 동계올림픽 등을 통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문화적인 측면의 하나인 문학적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하이꾸가 짧은 시간동안 그토록 외국에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국민들의 자각과 정부가 경제적, 정책적인 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대한민국예술원, 한국문화예술위원원, 서울문화재단 등 각종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앞장서서 한국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한국의 오랜 전통시인 시조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면 우리의 시조도 하이꾸만큼 세계화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전통시인 시조를 소개하는 일은 개인보다는 정부차원에서 해야 할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나 대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외국의 유명시인들에게 우리의 시조를 널리 소개할 때 시조의 세계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 동안의 시조번역을 보면 시조의 정형성을 살리지 못하고 자유시처럼 번역하여 시조가 한국의 정형시임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들이 많다. 앞으로 시조번역에 있어서는 정형성을 잘 지켜 번역을 해야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심는, 한류열풍을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학의 중심에 시조가 있어야 한다. 시조가 한국문학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학번역원 등 정부에서 경제적 후원을 받아 시조를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어, 중국어, 몽고어, 스페인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시조를 번역하고 그들이 우리의 시조를 읽고, 나아가 창작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문협 시조분과 카페(http://cafe.daum.net/k-sijo)에서는 유능한 번역인(전공별 박사학위 소지자,시조번역 1권 이상의 출판 유경험자)을 모시고자 문이 항상 개방되어 있다. 각 분야의 유능한 번역인이 번역을 하여 잘된 시조번역이 세계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시조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하여 세계인이 한국의 시조에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도록 시조시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시회이자 ‘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2005년 한국은 주빈국(Guest of Honour, 주빈국 조직위원장: 김우창, 총감독: 황지우)으로 참여했다. 별도의 단독 건물에 마련된 주빈국관에서 문학과 출판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특징을 보여주었는데 ‘한국의 책 100’안에 아주 유감스럽게도 시조는 단 한권도 포함되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시조의 세계화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시조 위상을 높여나가야 한다.
첫째 모든 문인들이 시조에 관심을 갖고 창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릇 생명에는 존재의 어머니가 있듯, 한국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문학의 어머니격인 시조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한국 문인이라면 누구나 시조를 알고 창작할 수 있도록 시조는 모든 문인들의 기본적인 교양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시분과 수필분과 아동분과 평론분과 소설분과 등 다른 분과 문인들도 시조 한 두 편 정도는 쉽게 창작할 수 있을 만큼 시조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시조를 한국의 브랜드 문학으로 인정하고, 국내에서부터 시조를 하나의 당당한 독립 장르로 인정해 주고, 시조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둘째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우리의 전통문학인 시조에 대해 전폭적인 협조와 지지를 해야 한다. 정부는 교과서, 인터넷,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등 매스컴을 통한 시조의 저변 확대를 하여 모든 국민들이 전통문학인 시조를 국민문학으로 받아들이도록 앞장서야 한다. 정부는 시조를 우리문학의 고유 브랜드로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선보여야 한다.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시조를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 당당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를 하도록 돕고,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시조 번역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체계적, 경제적인 후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치인, 교육인, 기업인, 매스컴인 등 모두가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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